세계보건기구(WHO)가 2020년 1월 내려진 코로나19에 대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해제 혹은 유지할지 27일 결정한다. 국내 방역당국은 코로나19의 국내·외 위기 단계가 하향 조정되면 확진자 격리 의무 조정을 검토할 방침이다.
25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WHO는 27일 국제 보건 긴급위원회를 열고 비상사태 해제 여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해 12월 "2023년 코로나19에 대한 PHEIC가 해제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백신과 치료제가 공급되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 단계로 진입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담은 발언이었다. PHEIC는 WHO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공중 보건 경계 선언으로, 현재 코로나19와 M두창(원숭이두창), 소아마비 등 3가지 질병에 내려져 있다.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해제되고 우리나라도 위기 단계가 조정되는 시점에 격리 의무 조정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여러 가지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데, 기존에 설정한 지표를 충족했는지 여부를 보면서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20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 시점을 확정해 발표하면서 WHO의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해제되고 국내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심각' 단계에서 '경계'나 '주의' 단계로 변경되면 남은 방역 의무인 확진자 격리기간 단축·해제 등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빠른 시일 내에 국내 방역 정책이 변화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WHO가 최근 마스크 착용을 다시 권고할 정도로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어 27일 위원회를 열더라도 당장 비상사태를 해제하긴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설령 WHO가 비상사태를 해제하더라도 격리기간을 단축하거나 해제하기엔 국내 상황이 여의치 않다. 방역당국은 지난해 6월 확진자 격리 의무 전환 여부를 검토했었는데, 여름철과 겨울철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현재까지 관련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방역당국은 지난해 격리 의무 조정 논의 당시 제반 평가지표들을 마련했다. 인플루엔자(독감) 수치를 근거로 핵심지표와 보조지표를 설정했는데, 핵심지표는 △일평균 사망자 10~20명 이하 및 주간 사망자 수 50~100명 이하 △치명률 0.05~0.1%(인플루엔자 치명률 수준)가 해당된다.
그런데 1월 셋째 주(15~21일) 기준 주간 일평균 사망자는 39명이고, 주간 사망자 수가 273명, 치명률이 0.11%여서 핵심지표는 하나도 달성되지 않았다. 또 미국에서 유행 중인 XBB.1.5가 국내에서도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