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 저장된 약 130만 톤의 오염수 방류는 ‘빙산의 일각’이다. 수십 년 걸릴 원전 폐로 과정에서 더 많은, 더 오염된 방사성 오염수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수개월 뒤 방류를 시작으로 향후 오랜 기간 고(高)독성 방사성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들게 된다는 얘기다. 해양생태계에 예측할 수 없는 피해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정부·정치권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이 있는 해안에서 1㎞ 떨어진 바다까지 해저터널을 뚫은 뒤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방사성 물질을 걸러낸 오염수를 방류할 계획이다. 당초 올해 4월이 목표였으나 최근 올해 봄이나 여름으로 방류시기를 늦췄다. 일본은 ALPS를 2회 이상 반복 사용하면 방사성 물질 60여 종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방류 허용 기준 이하로 정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ALPS를 거친 오염수의 안전성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송종순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국제 기준 이하로 희석한 처리수가 위험하다면 국제 기준부터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전자 손상을 일으키는 방사성 물질 탄소-14는 아예 ALPS 정화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삼중수소 역시 기준치 이하로 방출한다고 하지만, 삼중수소가 동물의 몸 안에서 탄소와 결합해 만들어지는 유기결합삼중수소(OBT)의 위해성에 대해서도 일본이 제대로 분석한 바가 없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해 2월 ALPS 처리수의 안전 사항 검토 보고서에서 “삼중수소의 변화 등 ALPS 처리수를 통해 방출될 방사성핵종의 물리적·화학적 특성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추가 정보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후쿠시마 원전에선 하루 평균 약 140톤의 오염수가 생성(2020년 기준)된다. 일본 정부가 정한 폐로 시점(2050년)에 가까워질수록 규모는 줄겠지만 최소 100만 톤 이상의 오염수가 추가 발생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마저도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다.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 건설사인 GE원자력의 원전 수석관리자를 지낸 사토 사토시 엔지니어는 한국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2050년까지 폐로를 마치겠다는 일본의 구상은 희망사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의 핵연료는 1,100톤 안팎으로 체르노빌 원전(약 570톤)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며 “우크라이나 정부가 체르노빌 원전의 핵연료 제거에 10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후쿠시마 원전 폐로는 이번 세기 내 요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폐로가 늦어질수록 바다에 버려지는 원전 오염수 양도 늘게 된다. 특히 방류를 앞둔 오염수보다 폐로 과정에서 추가로 만들어질 오염수가 더 위해할 수 있다는 점은 예기치 못한 생태계 피해와 경제적 손실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부분이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폐로에 돌입하면 겉면이 딱딱하게 굳은 핵연료를 으깨서 옮겨야 하는데, 이때 안에 있던 방사성 물질이 흘러나오면서 더 오염된 오염수가 생성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에 저장된 오염수의 정체는 녹아서 굳어 있는 핵연료에서 계속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주입한 냉각수다.
사토 엔지니어도 “일본이 채택한 폐로 기술은 로봇 팔로 핵연료 파편을 제거하는 방식”이라며 “이 과정에서 플루토늄·아메리슘·우라늄 등 상당한 '알파 핵종(알파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고농도 오염수가 생성되지만, 아직 ALPS가 모든 알파 핵종을 처리할 수 있는지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바다에 투기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해류를 타고 태평양을 떠돌다 1년 안에 한국 해역으로 흘러든다. 중국 칭화대 연구진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류 280일 후 남해에 도달한 뒤 동해·서해까지 유입될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