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할매글꼴' 주인공들이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수업에 참석해 명예 졸업장을 받았다.
칠곡할매글꼴은 배움의 기회를 놓쳤다가 뒤늦게 칠곡군이 운영하는 성인문해교실에서 한글을 깨친 할머니들 중 서체가 독특하고 수려한 5명의 글씨체를 글꼴로 만든 것이다. 이종희(91) 추유을(89) 이원순(86) 권안자(79) 김영분(77)체 5종으로, 칠곡군은 개인이나 기업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말 보낸 신년 연하장에 사용했고, MS오피스 등에도 쓰고 있다. 국립한글박물관의 문화유산에도 등재됐다.
25일 경북 칠곡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안동시 풍천면 갈전리 경북도청 안민관 미래창고에서 칠곡할매글꼴 주인공 5명 중 추유을 이원순 권안자 김영분 할머니가 이 지사의 수업에 참석했다. 최고령자인 이종희 할머니는 건강이 좋지 않아 함께하지 못했다.
수업이 열린 미래창고는 경북도청 본관 1층에 마련된 도서관이다. 수업을 위해 1970년대 교실을 재현했다. 독립운동가이자 국어학자인 최현배(1984~1970) 선생의 손자인 최홍식 세종대왕기념사업회장이 축하화환도 보냈다.
흰색 칼라가 선명한, 평생을 동경한 까만 교복을 입고 자리에 앉았다. 이 지사는 "교복을 입으니 73년은 젊어보인다"며 김재욱 칠곡군수, 배한철 경북도의장과 함께 큰절을 올렸다.
이 지사는 1978년부터 7년간 교편을 잡았다. 거의 40년 만에 분필을 잡은 그는 칠판에 '이철우 선생님'이라고 쓴 뒤 출석을 불렀다. 이원순 할머니는 "예"라며 3회나 외쳤다. 반장 김영분 할머니는 "차렷, 선생님께 경례"로 인사했다.
이 지사는 경북의 4대 정신인 화랑정신 선비정신 호국정신 새마을정신을 주제로 수업했다. 이 지사는 수업 도중 할머니 학생들에게 경주와 칠곡의 인구를 질문하기도 했다.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 할머니들은 "이럴줄 알았으면 집에서 좀 묻고 배워가지고 올텐데"라며 "무작정 가자해서 오니 뭐 알아야지"라고 웃음짓기도 했다.
이 지사는 받아쓰기 평가도 실시했다. 앞선 경북의 4대 정신 설명 중에 나온 화랑 선비 호국 새마을 단어를 문제로 냈다. 할머니들은 "알았는데 자꾸 이자뿐다(잊어버린다)" "부끄럽습니다"고 어려워했지만 전원 만점을 받았다.
이 지사는 직접 빨간 색연필을 들고 동그라미를 쳐가며 초등생에게 하는 것처럼 "잘 썼다"며 칭찬했다. 할머니 전원에게는 상장도 수여했다.
수업을 마친 할머니들은 학위복과 학사모를 쓰고 졸업식도 했다. 이 지사는 "위 학생은 행복대학과정을 수료했기에 명예졸업장을 수여합니다. 2023년 1월 25일 경북도민행복대학 총장 이철우"라는 문구가 쓰인 명예졸업장을 수여했다.
할머니들은 이 지사에게 "할매들은 지방시대가 무슨말인지 잘 몰라 우짜든지 우리 동네에 사람 마이 살게하이소 -칠곡할매가-"라는 문구가 쓰인 액자를 건넸다.
김영분 할머니는 "우리들은 가난과 여자라는 이유로, 혹은 부모님을 일찍 여의거나 동생 뒷바라지를 위해 학교에 가지 못했다"며 "천추의 한을 조금이나마 푼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칠곡 할머니의 글씨를 처음 보는 순간 돌아가신 어머님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했다"며 "배움에는 끝이 없고 마지막 수업이 되지 않도록 건강 관리를 잘해주실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