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 안방극장엔 '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가 없었다. 그간 명절 대표 예능으로 꼽혀왔던 만큼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컸으나 다른 많은 예능들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달랬다. '골 때리는 그녀들 - 골림픽'이 대표적이다.
MBC '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이하 '아육대')는 2010년 추석 첫 방송을 시작으로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프로그램이다. 아이돌들이 육상 양궁 댄스스포츠 풋살 등 스포츠 종목에 도전해 승부를 가리는 모습을 공개하며 팬들의 시선을 모았다. 가수들에 관심이 없는 이들조차 짜릿한 승부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코로나19의 유행 속에서 중단되기도 했지만 지난해 추석 연휴 2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그러나 지난 설 연휴에는 개최되지 않았다. 대신 MBC는 파일럿 예능 '미쓰와이프'를 선보였다. '미쓰와이프'는 배우, 아이돌, 운동선수, 개그맨 등을 남편으로 둔 12명의 아내들이 등장해 매력과 입담을 뽐내는 프로그램이다. 이하정 박소율 등 일찍이 연예계에서 활약 중인 스타들부터 박성광 아내 이솔이, 박휘순 아내 천예지 등 남편과 함께 방송에 출연한 적 있는 비연예인들까지 이 예능을 통해 시청자들을 만났다.
임창정 아내 서하얀, 전진 아내 류이서 등 스타의 배우자들이 방송 출연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아온 상황 속에서 '미쓰와이프' 또한 일찍이 큰 기대를 받았다. 솔직한 결혼 생활 비하인드 스토리, 맞춤형 밸런스 게임 등 다양한 웃음 포인트들이 예고된 만큼 시청자들의 관심은 더욱 뜨거웠다. 그러나 막을 올린 '미쓰와이프'의 성적은 아쉬웠다. 지난 23일과 24일 방송된 이 예능은 이틀 연속으로 3.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물론 '아육대' 대신 '미쓰와이프'를 선택한 MBC의 변주에 아쉬움 섞인 목소리만 있진 않았다. '아육대'가 갑질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손가락질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앞서 '아육대'는 오전부터 녹화를 진행하면서도 오후 9시까지 중도 퇴장 및 취식을 금지했다. 방청을 신청한 이들은 갑질이라면서 불만을 내비쳤고 프로그램 측은 중도 퇴장해 식사를 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중도 입장이 가능하다고도 전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불만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출연자들의 잦은 부상 등으로 미운 털이 박힌 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이번 설 연휴 안방극장의 승자는 SBS였다. SBS 설날 특집 '골 때리는 그녀들 - 골림픽'(이하 '골림픽')은 지난 23일 방송된 1부가 6.1%, 24일 방송된 2부가 5.0%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상파 3사 설 연휴 특집 방송 중 제일 높은 시청률을 보인 프로그램이었다. SBS의 또 다른 프로그램 '설날 특집, 낭만 여행 떠나보면 알 거야'는 지난 21~23일 방송 시청률이 각각 2.8%, 1.5%, 2.5%였다. 지난 21일 시청자들을 만난 KBS '송골매 콘서트 40년만의 비행'은 5.9%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골림픽'에서는 '골 때리는 그녀들'의 선수와 감독들이 팀을 나눠 다채로운 게임으로 경쟁을 펼치는 모습이 그려졌다. 출연진은 줄다리기, 피구, 달리기 등 다양한 종목들에 참여해 시청자들에게 짜릿함을 안겼다. 선수들은 승부에 대한 집념을 보여줬고 역전 스토리는 프로그램에 긴장감을 더했다. 그런가 하면 웃음 포인트들도 있었다. 이현이는 비장한 표정으로 축구 양궁에 도전했지만 0점을 기록했고 주시은은 짐볼 축구에서 수비를 하려다 자책골을 넣었다. 프로그램은 출연자의 열정과 유쾌함을 모두 담아내면서 재미와 의미를 함께 잡았다는 평을 얻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골림픽'과 '아육대'를 비교하는 글들이 게재됐다. 두 프로그램 모두 출연진의 운동 경기를 담아낸 명절 특집 예능이기 때문이다. '아육대'보다 '골림픽'의 매력을 더 크게 느낀 시청자들은 "이게 더 재밌다" "'골림픽'이 너무 웃기다" 등의 글을 게재했다. 예능에서 오랜 시간 활약해온 방송인들의 내공이 경기 중 자연스럽게 빛을 발한 덕분이었다. 출연자들의 유쾌한 매력은 '골림픽'의 매력 포인트가 됐다.
MBC의 효자 '아육대'가 없는 안방극장에서 승자의 깃발을 잡은 방송사는 SBS였다. MBC는 '미쓰와이프'를 내세웠지만 이 변주는 치열한 경기에 나선 스타들의 땀방울만큼 큰 관심을 받진 못했다. 2023년 추석 안방극장의 강자는 어떤 프로그램이 될지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