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3월 극비리에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에게 "중국 공산당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면 주한미군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졌다.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회고록 '한 치도 물러서지 말라, 내가 사랑하는 미국을 위한 싸움'(Never Give an Inch, Fighting for the America I Love)에서 2018년 3월 30일 첫 방북길에 올라 김 위원장과 이 같은 대화를 나눴다고 주장했다.
회고록에서 폼페이오 전 장관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해도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할 것이라는 점을 김 위원장에게 주지시킬 필요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가 "중국 공산당은 늘 미국에 미군이 한국을 떠나면 김 위원장이 매우 기뻐할 것이라고 한다"고 말하자 김 위원장이 신나서 손으로 탁자를 치면서 "중국인들은 거짓말쟁이"라고 외쳤다고 썼다. 그는 또 "김 위원장은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주한미군이 필요하며 중국 공산당은 한반도를 티베트와 신장처럼 다룰 수 있도록 미군이 철수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 대화를 근거로 폼페이오 전 장관은 한반도에 미국의 미사일과 지상군 전력을 강화해도 북한이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는 단정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열린 미국, 한국, 북한 3자 정상 간 만남이 성사된 과정에 관해서도 소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각이 달랐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이 역사적 만남에 참여하고 싶어했다면서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여러 차례 직접 전화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만 만나고 싶어한다"고 설명했고 문 전 대통령은 이를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고 한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김 위원장이 문 전 대통령에게 할애할 시간이 없었고 문 전 대통령을 존경하지도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당시 회동 때 문 전 대통령은 자유의집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안내하는 역할만 맡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문 전 대통령 없이 회동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끝없이 당근(회유책)만 강조하고 채찍(강경책)은 없었다"며 한미 간 대북 접근에 차이가 있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