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25일 출마 입장 발표... 유승민 출마 도화선 되나

입력
2023.01.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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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안철수와 3파전, 유승민 포함시 4파전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3·8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 발표를 예고하면서 당대표 선거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나 전 의원이 출마할 경우 '반윤석열' 측 대표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 출마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이미 출마를 선언한 김기현, 안철수 의원 측의 손익계산이 분주해지고 있다. 유 전 의원도 '당원투표 100%' 룰이 부담이지만, 고정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범윤석열계를 자처하는 상대 주자들의 표가 갈린다면 승산이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羅, 이회창 전 총재와 회동… ‘초심’ 행보

나 전 의원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4일 측근들과 장시간 논의 후 "25일 오전 11시 국민의힘 당사에서 전대 관련 입장을 밝히겠다"고 공지했다. 이 자리에선 나 전 의원의 전대 출마 당위성과 불출마 필요성 등이 두루 논의됐고, 나 전 의원은 출마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 전 의원 측근들은 "나심(羅心)은 전대 출마로 기울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전날까지 출마 여부 등 발표 내용을 함구하는 분위기로 볼 때 속단하기엔 이르다는 해석도 나온다. 출마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나 전 의원은 입장 발표 직전까지 출마냐 불출마냐를 놓고 고민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은 연휴 기간 잠행을 이어가면서 자신을 발탁했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총재 등을 비공개로 만나며 여러 조언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 전 의원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영입된 이른바 '이회창 키즈' 출신이다. 이를 두고 출마를 위한 명분 쌓기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처럼 '초심'을 강조하는 것은 출마를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나 전 의원은 앞서 충북 단양 구인사와 대구 동화사 등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 입문 초기 밟았던 길을 되짚으며 초심 행보를 이어갔다. 이때마다 "무소의 뿔처럼 고고하게", "영원히 사는 정치를 하겠다" 등의 발언으로 '정치인 나경원'의 결단을 시사했다.

나 전 의원 측은 동시에 국립서울현충원, 용산 전쟁기념관, 남대문시장 등을 포함해 출정식 장소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충원은 나 전 의원의 지역구(서울 동작을)이자 보수 정치인이 정치적 진퇴를 밝히는 상징적 장소이고, 남대문 시장은 윤 대통령이 대선 승리 후 첫 공개 행보 당시 찾은 곳이다.


김기현·안철수와 3자 내지 유승민 출마시 4자 구도 전망

나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할 경우 전대는 사실상 김기현 의원, 안철수 의원과의 3파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들은 나 전 의원의 출마를 둘러싼 이해가 엇갈린다. 친윤계의 전폭적 지원을 앞세워 초반 승기를 잡고 있는 김 의원은 나 전 의원과 범윤계 표를 두고 정면승부가 불가피하다. 나 전 의원이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과는 대립하면서도 윤 대통령에게는 우호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안 의원은 전략적으로 주장해온 '수도권 연대'의 한 축이 생기면서 호재로 판단할 여지가 있다.

나 전 의원 출마가 유 전 의원 출마로 이어질 경우 4파전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범윤계 표가 김 의원과 나 전 의원으로 나뉠 경우, 상대적으로 유 전 의원의 입지가 넓어질 수 있어서다. 투표권자인 책임당원이 86만여 명이라는 점은 유 전 의원 측이 믿는 구석이다. 이준석 전 대표가 선출된 2021년 전대 당시 투표율이 45.3%였던 점을 감안하면 책임당원 20만여 표가 전대 승리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친유승민계인 한 의원은 "유 전 의원은 '반윤'이란 브랜드가 확실해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면서도 "다만 고정 지지층이 있는 만큼 4파전이 될 경우 정치적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고 했다.

이동현 기자
정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