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민(37·가명)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선임은 다음 주 월요일(1월 30일)부터 우리사주를 팔 수 있다는 얘기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지난해 산 우리사주 1,000주(공모가 기준 3억 원)가 현재 1억8,400만 원가량 오르면서, "가족에게 빌린 돈과 대출금을 갚기 위해 팔지 말지" 결정을 못해서다.
25일 LG엔솔에 따르면 우리사주조합이 가진 주식은 28일 보호예수가 사라지면서 30일부터 주식거래를 할 수 있다. 보호예수는 대주주, 기관투자가, 우리사주조합 등이 보유한 주식을 일정 기간 동안 팔지 못하게 묶어두는 제도다. 지난해 1월 27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한 LG엔솔의 우리사주조합 물량은 1년 동안 보호예수가 걸려있다.
상장 당시 LG엔솔 직원(9,564명)들은 공모가 30만 원에 총 815만4,518주를 배정받았다. 당시 직원들은 직급, 근무 연한에 따라 1억~4억 원의 우리사주를 살 수 있었다. 직원 공모 열기는 뜨거웠고 총 2조4,464억 원 규모의 우리사주는 다 팔렸다. 한 명당 평균 2억5,578만 원의 우리사주를 매수한 셈이다. 일부 퇴사 등으로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한 주식수는 총 792만4,939주(2022년 3분기 기준)다. 25일 주식시장 종가(48만4,000원)를 감안하면 3조8,357억 원어치다.
LG엔솔은 지난 1년 동안 주식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종목이었다.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68.3% 높은 50만5,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러다 지난해 7월 4일엔 35만6,000원까지 떨어졌다가, 11월 11일 62만4,000원까지 오르며 공모가 대비 두 배를 넘어서기도 했다.
최근 주가는 하락세지만 직원들의 투자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현재 주가는 공모가 대비 61.3% 오른 수준으로 직원 1명당 평균 1억4,527만 원가량을 벌고 있다. 그러다보니 직원들 사이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곧바로 내다팔겠다는 이들 중 상당수는 상장 당시 2, 3%대였던 대출 금리가 1년 만에 5, 6%대로 오르면서 이자 부담이 커졌다고 입을 모은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사주 일부 또는 전부를 매도해 대출을 갚고 현금을 확보하겠다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사주에 대한 매력이 떨어진 것도 한몫한다. 2020년 직원 1인당 평균 7억 원의 차익을 남긴 SK바이오팜 기업공개(IPO) 이후 한동안 우리사주는 좋은 직장의 상징 같았다. 하지만 지난해 주식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크래프톤 등은 보호예수 기간이 끝날 무렵 주가가 공모가보다 한참 낮아 우리사주를 가진 직원들을 괴롭게 했다.
반면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우리사주를 계속 갖고 있겠다는 사람들도 많다. LG엔솔은 국내 배터리 업계 1위, 글로벌 3위 업체다. 지난해 매출액(25조6,000억 원)과 영업이익(1조2,000억 원)이 전년 대비 각각 43.4%, 57.9% 증가하며 성장 중이다. 현재 370조 원 이상의 수주 잔액을 확보하고 있고,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 등에 생산 시설을 늘리고 있다. 박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얼티엄셀즈 1·2공장 본격 가동으로 북미 출하량이 늘고 소형 전지 부문에서도 호실적을 거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가에선 LG엔솔 우리사주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주가에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우리사주 물량은 시가총액의 3.4%에 불과하지만 실제 유통 물량 기준으론 약 23%에 해당한다. LG엔솔의 대주주인 LG화학(지분율 81.84%)이 주식을 팔지 않기 때문에 실제 유통되는 주식 수는 전체(2억3,400만 주)의 약 1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LG엔솔은 우리사주 물량의 77%가 매물로 나와 주가에 부담을 줬던 현대중공업보다 수급 충격이 클 것"이라며 "주가가 공모가 대비 60% 이상 올랐고 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 부담 등으로 매도 유인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