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상습적으로 제작하고 배포한 범죄는 처벌 조항이 생기기 전의 범행까지 묶어서 함께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박정화)는 최근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상습성착취물 제작 및 배포 등 혐의를 받는 초등교사 A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0년 11월부터 2021년 2월까지 미성년자 3명에게 신체를 노출한 사진을 촬영하도록 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19개를 제작하고, 2020년 미성년자 1명을 유사 간음(미성년자 유사강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1심에서 상습성착취물 제작 혐의는 징역 8년, 미성년자 유사 강간 혐의는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재판부 허가를 받아 공소장을 변경했다. A씨가 2015년 2월∼2021년 1월 상습적으로 아동·청소년 120여 명에게 신체를 노출한 사진을 촬영하도록 해 총 1,910개의 성착취물을 제작한 혐의를 추가한 것이다. 항소심은 A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20여 명인 피해자들이 초·충등생"이라며 "이른바 'n번방', '박사방' 사건을 제외하면 이 사건보다 죄질이 불량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공소장 변경은 잘못이라고 봤다. A씨에게 적용된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상습성착취물 제작 및 배포죄는 2020년 6월 2일 시행됐는데, 그 이전 범죄까지 신설된 법을 적용해 포괄일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포괄일죄는 여러 개의 범죄를 일련의 범죄행위로 묶어 처벌하는 것이다.
A씨에게 대가를 치르게 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서 공소장에 들어갈 수 없는 범죄는 검사가 추가 기소하면 별도 재판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상습 범행을 가중처벌하는 신설 법 적용이 어려워져 A씨의 형량은 다소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