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스웨덴에서 지난 주말 반(反)튀르키예 시위가 벌어진 것을 두고 "스웨덴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지지를 기대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 가입을 위해 스웨덴은 30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한데 튀르키예의 방해에 직면해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논평을 통해 "스웨덴 당국은 테러 조직이 난폭한 길거리 시위를 벌이도록 놔뒀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스웨덴은 우리의 지원을 기대하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면서 "튀르키예와 무슬림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우리로부터 나토 가입 문제와 관련해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1일 스웨덴 수도 스톡홀롬 주재 튀르키예 대사관 주변에서는 덴마크 극우정당 '강경 노선'이 주도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 정당의 라스무스 팔루단 대표는 이슬람 경전인 쿠란 사본을 불태우며 반튀르키예 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와 별도로 스톡홀롬 시내에서는 튀르키예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는 쿠르드족을 지지하고 스웨덴의 나토 가입 추진에 반대하는 시위도 벌어졌다.
이에 에르도안 대통령은 스톡홀롬에서 벌어진 쿠란 소각 시위가 무슬림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난했다. 미국·유럽연합(EU)과 달리 스웨덴에서는 쿠르드노동자당(PKK)을 테러 단체로 지정하지 않았으며 PKK 깃발을 들고 이들을 지지하는 시위를 그대로 허용한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울프 크리스테손 스웨덴 총리는 시위가 튀르키예를 자극할 것을 우려한 듯 시위대가 해산한 21일 오후 11시30분쯤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많은 이에게 신성한 서적을 불태우는 건 매우 무례한 행위"라는 입장을 냈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나란히 나토 가입을 신청했고, 30개 회원국 중 튀르키예와 헝가리의 최종 동의만 남겨두고 있다. 튀르키예는 자국이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있는 PKK 관련자 신병 인도 등을 조건으로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 찬성하기로 했지만, 이후 구체적인 조건 이행 과정에서 사사건건 갈등을 빚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