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故) 김복동 할머니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김복동'이 지난 21일 일본에서 최초로 상영됐다.
상영회는 이날 저녁 7시 도쿄 나카노구 문화센터 나카노제로에서 열렸다. 약 500명의 시민들이 상영관 객석을 가득 채웠다.
이 영화는 2019년 1월 9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김복동 할머니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사과를 받기 위해 투쟁해온 기록들을 담았다. 한국에선 김 할머니가 눈을 감았던 해에 개봉했지만,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다큐멘터리의 일본 상영이 연기됐다.
영화가 끝난 후엔 ‘김복동’을 연출한 송원근 감독과 위안부 문제를 자국 젊은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온 일본의 영화감독 나쓰이 아사코(夏衣麻彩子) 등 한일 관계자들과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이날 나쓰이 감독은 “김복동 할머니가 '사과하면 용서한다'고 말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며 “피해자 본인이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그것을 짓밟는 듯한 일본 정부의 태도는 용서할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는 한일 위안부 논의 중 일본 정부의 태도에 대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총리 사과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장관(현 총리)의 대독으로 이뤄졌다. 당시 사과는 “일본 총리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어 아베 전 총리는 다음 해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한국 정부가 아베 총리의 사과 편지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나쓰이 감독은 한일 위안부 합의 때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일본 정부의 행보를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영화 ‘김복동’은 21일 도쿄를 시작으로 일본 전역에서 상영된다. 각각 오사카·고베(1월 28일), 사가(1월 29일), 히로시마(2월 4일), 교토(2월 25일), 가와사키(3월 25일), 홋카이도(5월 27일) 등 전국 8곳에서 상영이 예정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