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은 지단백 대사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혈액 중에 지질 또는 지방 성분이 과다 함유된 상태를 말한다. 혈중에 총콜레스테롤, 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증가한 상태거나 HDL 콜레스테롤이 감소한 상태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에 따르면, 20대의 남성 25.4%, 여성 26%, 30대의 남성 41.4%, 여성 34.6%가 이상지질혈증에 노출돼 있다. 그러나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있는 성인 중 절반 정도에서만 지질강하제를 복용하고 있으며 조절률도 50%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덕현 순천향대 부천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4명이 이상지질혈증을 앓고 있지만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협심증·심근경색ㆍ뇌졸중 등 심뇌혈관 질환이나 췌장염 등 합병증을 유발하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했다.
20~30대 젊은이도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200㎎/dL, ‘나쁜’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130㎎/dL 이상이면 심근경색ㆍ뇌졸중 같은 심뇌혈관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승환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연구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바탕으로 건강검진을 받은 20~39세 당뇨병이 없는 성인 620만4,153명을 대상으로 콜레스테롤 농도와 심뇌혈관 질환(심근경색ㆍ뇌졸중)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총콜레스테롤 200㎎/dL, LDL 콜레스테롤 130㎎/dL, 비HDL 콜레스테롤이 140㎎/dL을 넘으면 심뇌혈관 질환 위험도가 유의하게 증가함을 확인했다. 비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총 콜레스테롤에서 ‘좋은’ HDL 콜레스테롤을 뺀 값이다.
또한 비만ㆍ고혈압ㆍ흡연 등 위험 인자 개수에 따라 기준이 달라졌는데 위험 인자가 없으면 총콜레스테롤 240㎎/dL, LDL 콜레스테롤 150㎎/dL일 때, 위험 인자가 1개라면 총콜레스테롤 220㎎/dL, LDL 콜레스테롤 130㎎/dL일 때, 위험 인자가 2개 이상이라면 총콜레스테롤 200㎎/dL, LDL 콜레스테롤 120㎎/dL 이상일 때 심뇌혈관 질환 위험도가 유의하게 증가했다.
이상지질혈증은 초기 단계에서 대부분 뚜렷한 증상이 없으므로 정기적인 혈액검사로 수치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확한 검사를 위해 9~12시간 정도 공복을 유지한 뒤 채혈해야 한다.
성인의 일반적인 적정 지질 기준은 △총콜레스테롤 200㎎/dL 미만 △LDL 콜레스테롤 130㎎/dL 미만 △중성지방 150㎎/dL 미만 △HDL 콜레스테롤 40㎎/dL 이상이다. HDL 콜레스테롤은 60㎎/dL 이상을 권장한다.
최덕현 교수는 “동맥경화 위험도에 따라 정상 지질 수치 기준도 엄격해진다”며 “같은 나이와 체형이더라도 동맥경화 위험 인자인 담배를 피우거나 고혈압이 동반되면 지질 수치를 더 엄격히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이상지질혈증을 유발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고지방 음식이나 액상 과당류 등 가공식품 위주 식생활, 운동 부족 등 생활 습관 그리고 유전적 요인이다.
또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있거나, 간ㆍ콩팥에 문제가 있거나, 특정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이상지질혈증이 생길 수 있다.
이상지질혈증은 잘못된 생활 습관을 교정해 적절한 수치를 유지하는 것이 우선적인 치료법이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식사량을 조절하고, 지나친 지방, 당질, 콜레스테롤이 함유된 음식과 액상 과당류 포함 가공식품, 알코올 섭취를 삼가야 한다.
짜게 먹는 습관을 개선하고 채소류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운동은 주 5일 이상 유산소운동과 주 3일 이상의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이상지질혈증 개선에 효과가 있다. 이 같은 생활 습관 개선에도 불구하고 이상지질혈증이 좋아지지 않으면 ‘스타틴’을 비롯한 약물 치료를 시행한다.
최동훈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이사장(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은 “이상지질혈증은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혈관을 계속 좁히고 혈액 흐름을 막아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이라며 “이런 위험성에도 당뇨병ㆍ고혈압 등 만성질환보다 인지도가 떨어져 치료 시기를 놓칠 때가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