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의 적" 발언에 해명 대신 진화하려다... 난감해진 엇박자 수습

입력
2023.01.20 08:50
'맞초치' 사태로 번진 'UAE의 적' 후폭풍
김준형 "여당 엇박자에 외교부 해명 안 먹혀"
정진석 "이란이 최대 위협국가인 건 맞아"
하태경 의원 "최근 이란은 진짜 악당국가"
윤 대통령 옹호 분주하다 외교부와 엇박자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이라고 밝힌 윤석열 대통령 발언이 거센 후폭풍을 불러오고 있다. 급기야 한국과 이란, 양국에선 각각 상대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는 '맞초치' 카드까지 꺼내든 상태다. 외교부가 거듭된 해명으로 수습에 진땀을 빼는 가운데, 여권이 윤 대통령 옹호에 몰두한 나머지 '엇박자' 진화에 나선 게 오히려 악수(惡手)가 됐다는 진단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김준형 한동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지난 19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외교부를 중심으로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해명을 하는 움직임이 있는데, 여당 쪽에서는 (대통령이) '맞는 말을 했다', '당연하다'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이런 이야기가 지금 다 (이란 측에) 들어가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러니까 우리가 해명을 해도 저쪽에서는 의도를 받아들이지 않게 되는 것"이라며 이런 엇박자가 "해명이 안 되고 진정이 안 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이 외교부를 무척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고도 꼬집었다. 김 교수는 "원래는 해명을 해야 할 부분인데 워낙 위에서 이렇게 강경하게 가니까 오히려 외교부는 전문적으로 해결을 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며 "아무리 사실이더라도 여당 지도부가 이렇게 나오면 소위 말하는 오지랖이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국의 대사 초치에 대해선 "외교에서 상대국이 이렇게 항의하는 문제까지 커졌다는 건 실제 외교의 피해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란은 악당국가" 부채질

앞서 윤 대통령은 15일 오후(현지시간) UAE에 파병 중인 아크부대를 찾아 장병들을 격려하는 과정에서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라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다음날 곧바로 “한국 대통령의 발언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우리 외교부는 17일 “대통령께서 이란과의 관계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고, 이란과의 관계 발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는 변함이 없다"며 "이란도 우리 측의 진의에 대해 이해하는 것으로 안다”고 해명하는 등 수습에 진땀을 뺐다.

하지만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에서 여당의 기류는 해명을 통해 이란 측의 불쾌감을 잠재우기보다는 윤 대통령 발언을 옹호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당 비상대책위원장인 정진석 의원은 "UAE 국민들 입장에서 가장 위협을 느끼는 나라가 어디냐, 실질적으로 이란 아니냐"며 "안보적으로 불안하니까 소위 우리나라의 국방력(아크부대)을 지금 갖다가 쓰는 것 아니냐. 이란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 그런 것 아니냐"고 외교부를 향해 따졌다.

국민의힘 소속인 태영호 의원과 하태경 의원은 한발 더 나갔다. 태 의원은 "장병들 앞에서 상식적으로 이 나라가 이란을 적으로, 최대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으니 임무에 충실하라는 발언은 군 통수권자가 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최근 이란은 진짜 악당국가"라며 "이란에 사과해야 한다는 건 언어도단"이라고 말했다.


엇박자가 키운 사태에 외교부는 난감

이란은 강경 대응 속에 독설을 쏟아내는 상황이다. 이란 외무부는 18일(현지시간) 윤강현 주이란대사를 불렀다. 레자 나자피 법무·국제기구 담당 차관은 "양국관계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압박했고, 윤 대통령의 핵 관련 발언을 거론하며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내놨다. 외교부는 19일 조현동 1차관이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이란대사를 불러 1시간가량 면담하면서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응수하기도 했다. 외교관계의 공식적 항의 창구인 대사초치까지 동원되면서 상황은 심각해졌지만, 당면한 현재의 강경 대치를 풀어나갈 수 있는 묘안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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