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그들은 서로를 보듬고 사랑하며 춤추고 노래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면서 시작된 전쟁이 11개월째를 맞고 있다. 치열한 전투에 투입되는 군인들도, 공습과 대피가 일상화된 도시의 시민들도 전쟁에 지쳐가는 건 마찬가지. 그러나 평화로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 만은 잃지 않고 있다.
포연이 자욱한 전장에서 결혼식이 심심찮게 열린다. 군종 신부의 간단한 주례로 진행된 약식 결혼식이지만 사랑하는 배우자이자 전우인 신랑과 신부는 부부가 된 이 순간이 더없이 행복하다. 드레스 대신 군복을 입은 신부는 "내일 무슨 일이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더 나은 것을 꿈꾸며 지금을 살아야 한다"며 희망을 얘기했다.
하지만 평상시처럼 거나한 피로연이나 달콤한 신혼여행은 꿈도 꾸지 못하는 게 현실. 신랑 신부는 결혼식을 마치자마자 숨 돌릴 틈도 없이 각자의 임무로 돌아가 전투를 대비했다.
지난해 12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 최전선에서는 음악 소리와 병사들의 웃음소리가 흘렀다.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이곳을 찾은 작은 공연단이 노래와 인형극 등 조촐한 위문공연을 연 것이다. 러시와 군과의 전투가 끊이지 않는 격전지이기에 늘 삼엄한 경계 근무를 서야 하는 곳이다. 저마다 편한 자세로 참호 옆 통나무 더미에 걸터앉은 우크라이나 방위군 병사들은 박수를 치고 노래를 따라부르며 지친 심신을 달랬다.
인근 진지에서 군종신부는 성탄 전야지만 교회를 갈 수 없는 병사를 위해 십자가를 들고 일일이 축도를 해주었다. 혹한 속 장기전으로 지친 장병들은 마음의 안식과 함께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
전쟁의 참혹함은 전선과 도시를 구분하지 않는다. 겨울이 시작되면서 전기와 난방 등 기반시설을 노린 러시아의 공습이 도시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은 공습을 피해 내려온 지하철역에서 음악에 맞춰 태연히 춤을 추기도 하고 정교회 성탄절을 맞아 전통 퍼레이드를 보며 전쟁의 공포를 잊고 있다. 정교회 크리스마이브였던 지난 6일 하르키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화려한 복장을 한 어린이들이 모처럼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으며 퍼레이드를 벌였고, 시민들은 힘을 얻었다.
전쟁의 암울함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