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은 사이코패스였다"...'먹으면 죽는 농약' 검색 뒤 동거녀 살해

입력
2023.01.19 20:00
검찰, 동거녀 살해도 강도살인 혐의 적용해 기소
"택시기사는 음주사고 신고 막으려 살해" 결론
재범 위험성 커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청구

연쇄 살인범 이기영(32)은 돈을 뺏기 위해 동거녀를 살해하고, 음주운전 사고 은폐를 위해 택시기사를 죽인 것으로 드러났다. 추가 살인 범죄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으나, 검찰은 그가 재범 위험성이 큰 사이코패스로 판단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청구했다.

19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형사2부(부장 정보영)는 강도살인 및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보복살인, 사체유기 및 은닉 등의 혐의로 이기영을 구속기소했다.

검찰 수사 결과 이기영은 지난해 8월 3일 경기 파주의 동거녀 집에서 동거녀 A씨의 휴대폰과 신용카드 등을 빼앗기 위해 둔기로 머리를 10여 차례 내리쳐 살해하고 이튿날 A씨 시신을 공릉천변에 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범행을 사전 계획한 정황도 추가로 드러났다. 동거녀 살해 전 그는 인터넷에서 '먹으면 죽는 농약’, ‘제초제’ 등을 검색하고, 휴대폰 잠금 해제 방법도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조사에서 이기영은 "동거녀와 다툼 중 우발적으로 둔기를 던졌는데 죽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금품을 노리고 A씨를 계획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기영은 범행 직후 A씨 휴대폰 유심을 본인 휴대폰에 끼워 넣어 잠금 해제를 시도했고, A씨 명의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로 8,120여만 원을 이체하거나 결제하는 등 금전적 이득을 취했다. A씨 명의의 아파트를 빼돌리기 위해 매매계약서를 위조해 매도를 시도하다 여의치 않자, 이를 이용해 1,000만 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택시기사 사건에만 적용했던 ‘강도살인’ 혐의를 동거녀 사건에도 적용했다.

검찰은 또 이기영이 지난해 12월 20일 밤 음주운전 접촉사고를 낸 뒤 이를 무마하기 위해 택시기사 B씨를 집으로 유인해 둔기로 살해한 사건에 대해서는 보복살인 혐의를 추가했다. 음주운전 사실을 B씨가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했다. 이기영은 B씨 살해 이후에도 B씨 명의의 인터넷뱅킹에 접속해 잔액을 이체하고, 신용카드로 물품을 구입하는 등 5,557여만 원을 빼앗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기영은 피해자 A, B씨가 살아 있는 것처럼 피해자 휴대폰으로 가족과 지인 등에게 “연락하지 마라” 등의 메시지를 각각 92회, 132회 보내 범행을 은폐하려고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 살인 범죄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기영이 음주운전으로 복역한 뒤 출소한 2021년 6월 10일 이후 발생한 미제실종 사건 중 관련성 있는 사건이 없어 추가 범죄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살인사건 외에 이기영은 허위 사업체를 만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소상공인 지원금 1,000만 원을 부정하게 타낸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 수사에서 이기영은 사이코패스로 분류됐다. 대검 통합심리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기영은 자기중심성과 반사회성 특징을 보이고, 본인의 이득이나 순간적인 욕구에 따라 즉흥적이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감정과 충동 조절 능력이 부족한 성향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수사단계에서는 사이코패스 성향을 확인하지 못했다. 검찰은 폭력범죄 재범 위험성이 높은 이기영에 대해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청구했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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