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사로잡는' 의정보고서... 배리어프리·카드게임·동영상으로 호기심 유발

입력
2023.01.23 07:00
장애인 위한 점자·음성 지원 의정보고서
카드게임으로 의정보고·연하장 대신해
언론보도·동영상 담은 QR코드도 트렌드

매년 1월이면 국회의원들은 의정보고서를 손에 들고 지역구 주민과 지지자들을 찾는다. 설날이 1월인 경우에는 새해 인사를 겸한 의정 홍보를 위해 의원들의 발길은 더욱 분주해질 수밖에 없다.

연말연초 발간하는 의정보고서에는 지역구 예산 획득과 법안 처리, 각종 언론보도 등 지난 1년간의 의원들 활동을 빠짐없이 담는다.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선 제대로 홍보해야 하는 만큼, 눈에 띄는 방식으로 의정보고서를 만들어 유권자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을 펼친다.


약자 위한 '배리어 프리' 보고서... 의원들도 칭찬

최근 가장 화제인 의정보고서는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의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보고서다. 최초 시각장애 국회의원인 김 의원은 자신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눈으로 읽을 수 있는 묵자(먹으로 쓴 글) 본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본을 함께 제본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의정보고서 설명 영상으로 연결되는데, 영상에는 음성과 자막이 함께 나온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의정보고서를 읽도록 하기 위한 배려 차원이다.

동료 의원들도 김 의원의 의정보고서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김 의원의 보고서를 소개하며 "김예지 의원님의 의정 활동은 저희의 부족함을 비추는 거울"이라며 "소수자를 제대로 대표하기 위해서는 당사자들과의 거리를 대폭 좁혀야 한다는 반성을 하고 있다"고 적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의정보고서도 인쇄물 접근이 어려운 약자에 대한 배려가 눈에 띈다. 장 의원은 의정보고서 매 페이지 귀퉁이에 보이스아이 코드를 넣어 놓았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이 코드를 비추면, 페이지에 쓰인 글과 사진에 대한 설명을 음성으로 들을 수 있다.


카드게임을 통해 한 해 의정활동 소개

일반적인 리플렛 형태에서 벗어난 의정보고서로 '실험'에 나서는 의원도 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카드 형태의 의정보고서 류 카드(Ryu Card)를 제작해 후원자들에게 배포한다. 카드게임을 하면서 각 카드에 쓰여진 류 의원의 의정 활동 중 발언이나 발의한 법안 등을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다. 게임회사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류 의원은 지난해부터 게임 업계 등을 다루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의정활동을 해왔다.

애니메이션 제작자 출신인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기장 형태의 의정보고서를 통해 대표발의한 법안과 주요 발언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21년 말 발간한 의정보고서에서 게임 캐릭터인 자신을 등장시켜 의정 활동을 게임 속 모험으로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설날을 맞아 연하장 형태의 의정보고서를 제작했다. 경북 고령·성주·칠곡이 지역구인 정 의원은 지난 2020년엔 '칠곡할매글꼴'로 의정보고서를 제작해 지역주민과 밀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칠곡할매글꼴은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신년 연하장에서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보고서에 못 담은 발언 영상, QR코드로

의원들은 통상 10페이지 내외의 종이로 제작하는 의정보고서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QR코드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의정보고서 곳곳에 삽입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관련 발언이나 정책이 화면에 나타나는 식이다.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의정보고서 첫 페이지에 QR코드를 넣어 영상 의정보고를 볼 수 있게 했다. 지역구 관련 사업을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관련 언론 보도를 읽을 수 있는 QR코드를 넣었고, 주요 법안과 관련한 발언 영상도 QR코드를 활용해 볼 수 있도록 했다.

강선우·이소영 민주당 의원도 국회 회의장에서의 발언, 기자회견, 언론 출연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도록 QR코드를 넣어 뒀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의 의정보고서에도 마지막 페이지에 QR코드가 새겨져 있다. 박 의원의 의정활동을 소개하는 블로그로 연결할 수 있는 QR코드다. 박 의원처럼 여러 의원들은 자신의 블로그나 카카오톡 채널, 유튜브 등으로 연결할 수 있는 QR코드를 의정보고서에 담고 있다.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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