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 새해, 영화보다 영화같은 우주탐사가 펼쳐진다

입력
2023.01.24 07:00
[미리보는 올해 우주탐사 일정]
ESA, 외계생명체 찾아 목성 '얼음 위성'으로
나사, '보물별' 탐사하고 달에 갈 우주인 선발
한국도 다누리 임무·누리호 발사로 바쁜 한해


"탐험의 욕구는 인간의 본성이다."
칼 세이건 '코스모스'

먼 옛날부터 인간은 탐험을 멈추지 않았다. 주변 자연을 시작으로, 신대륙, 남극, 심해에 이르기까지. 이제 인류는 고개를 들어 우주를 향해 돛을 올리고 있다. 빌 넬슨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국장은 2022년을 "역사책에 기록될 우주탐사의 황금기"라고 했다. 달에 우주탐사 전초 기지를 건설하기 위한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이 첫 발을 뗐고, 제임스웹 망원경이 라그랑주 포인트(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평형을 이루는 지점)에 안착해 어느 때보다 선명한 우주의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

우주를 향한 탐험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우주탐사의 시계는 2023년에도 멈추지 않는다. 외계생명체를 찾기 위한 목성 얼음위성 탐사부터, 희귀광물로 가득찬 보물소행성 탐사까지 영화보다 스펙터클한 일들이 펼쳐진다. 유튜브나 뉴스로만 접하는 우주탐사가 아쉽다면 올 상반기 예정된 누리호 3차 발사 '직관'(직접 관람) 명소를 찾아가 보는 것도 좋겠다. 우주강국들과의 경쟁에 나서는 한국의 과학기술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4월, ESA의 목성 위성 탐사선 발사

가장 관심을 모으는 올해의 우주탐사는 유럽우주국(ESA)이 진행하는 목성 얼음위성 탐사선 JUICE(Jupiter Icy Moons Explorer·주스) 미션이다. ESA 우주프로그램 '코스믹 비전'의 첫 번째 대형 프로젝트인 주스 미션은 거대한 가스행성 목성과 목성의 대형 위성(가니메데, 칼리스토, 유로파)에서 물을 발견하는 게 목표다.

외계생명체의 존재는 인류가 우주탐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큰 호기심이었다. 물은 유기체가 존재할 수 있는 가장 명확한 조건. 과학자들은 목성과 그 위성에 지구보다 많은 양의 물이 얼음 등의 형태로 매장돼 있으로 보고 있다.

10개의 최첨단 과학 장비를 탑재하고 있는 주스 탐사선은 최소 35번의 저공비행 등을 통해 목성 위성의 표면을 관측하며 외계생명체 존재 가능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모을 예정이다. 탐사선은 올해 4월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의 ESA발사장에서 우주로켓 아리안-5로 발사될 예정이다.



10월, 나사 소행성 프시케 탐사선 발사

나사는 소행성 프시케(Psyche)를 탐사한다. 프시케는 화성과 목성 사이에 위치한 소행성이다. 화성과 목성 사이 수많은 다른 소행성들과 함께 원반 모형을 이루고 있는 소행성대(Asteroid belt) 소행성 중 하나다.

1852년 처음 관측된 프시케는 철, 니켈, 금 등 쇳덩어리로만 구성된 무거운 행성이다. 지름이 252㎞에 달하는 비교적 큰 소행성이다. 경제적 가치가 1,000경 달러(약123해5,000경 원)에 달하는 희귀 금속들로 구성돼 있어 '보물별'이라는 별명이 있다.

다만 이번 미션의 주된 목표는 자원 채취가 아닌 과학 탐사다. 과학자들은 프시케가 초기 태양계에서 형성된 원시 행성의 중심핵 파편의 일부라고 추정한다. 대부분의 행성의 깊은 곳에는 금속으로 구성된 핵이 존재한다. 지구의 경우 약 85%가 액체 상태의 철, 약 10%가 니켈로 구성된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현대 과학기술로는 핵까지 도달할 방법이 없어 연구가 오랜기간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프시케 관측은 지구 핵 등 행성의 구성을 간접적으로 연구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프시케 탐사선은 올해 10월 발사될 예정이다. 2026년 화성을 근접 비행을 거쳐 2029년 8월에 프시케 소행성에 도착한다는 계획이다. 인류가 금속으로 이뤄진 천체를 근접 관측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9월, 베누 소행성 샘플 지구 도착

지구로 귀환하는 미션도 있다. 소행성 베누(Bennu) 샘플을 수집해 지구로 돌아오는 나사의 '오시리스-렉스'(OSIRIS-REx)미션이다.

베누는 지구충돌 확률이 높은 소행성이다. 베누는 2135년 지구와 달의 절반 거리밖에 안 되는 20만㎞ 이내로 근접한다. 만에 하나 지구의 중력 영향을 받아 궤도가 바뀌면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베누의 크기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정도다. 지구와 충돌할 경우 5㎞ 이상의 충돌구가 생기고 쓰나미가 발생하는 등 500㎞ 반경에 피해를 줄 수 있다.

나사가 베누를 탐사한 것도 이같은 점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나사는 이번 탐사를 통해 '베누가 2100년~2135년 사이 지구와 충돌할 확률은 1,750분의 1'이라고 결론냈다.

주요 임무를 마친 오시리스-렉스는 베누의 토양과 암석 시료를 갖고 지구로 귀환 중이다. 2016년 지구를 떠났던 탐사선은 올해 9월 24일 베누 시료가 든 캡슐을 지구에 떨어 뜨릴 예정이다.



숨고르는 아르테미스, 연초에 우주비행사 선발

미국 주도의 초대형 달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아르테미스 2호 발사는 내년으로 늦춰졌지만, 연초에 우주비행사 선발이 예정돼 있다.

그리스 신화 속 달의 여신 이름을 딴 아르테미스 계획의 목표는 2025년까지 인류를 달에 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나사는 2020년 18명의 예비 우주비행사(아르테미스 팀)를 선발해 훈련과 평가를 이어왔다. 이들 가운데 선발된 여자, 남자 각 1명의 우주비행사가 아르테미스 2호를 타고 달 궤도를 유인 비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아르테미스 우주복의 프로토타입도 공개된다.


다누리 임무 수행 등 한국 우주 스케줄도 빽빽

우주 경쟁을 본격화한 한국의 우주탐사 스케줄도 어느 때보다 풍성하다. 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KPLO)는 새해 첫날부터 초기운영을 시작했다. 연말까지 달의 남극과 북극을 통과하는 원 궤도를 돌며 달의 자원과 착륙선 후보지를 탐색할 예정이다. 항공우주연구원은 "1월에 탑재체 초기 동작을 점검하고 본체 기능시험을 진행한 뒤 2월부터 본격적으로 탐사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상반기 중으로는 누리호(KSLV-Ⅱ)의 3차 발사가 예정돼 있다. 3차 발사는 지난해 6월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차세대 소형위성 2호가 주 위성으로 탑재된다. 민간 주도의 우주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발사체 기술을 사기업에 이전하는 작업도 이뤄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발사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총 4차례에 걸쳐 누리호를 반복 발사하며 항우연의 체계종합 기술과 발사 운용 경험을 전수받는다.

이밖에 누리호보다 성능이 뛰어난 '차세대 발사체'(KSLV-Ⅲ)를 개발하는 사업도 본격화된다. 우주항공청도 올해 중 설립을 앞두고 있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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