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부 문화 수준이 전 세계 하위권으로 추락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8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공익활동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자선지원재단(CAF)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기부지수'에서 한국은 지난해 119개국 중 88위에 머물렀다. 이 지수는 2010년부터 해마다 120여 개국, 200만여 명을 대상으로 ①모르는 사람 돕기 ②기부 경험 ③자원봉사 경험 등을 따져 본 결과를 바탕으로 산출된다.
한국은 지난 10년 동안 기부 문화 수준이 하락세였다. 2011년 57위로 중위권에 머물렀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겪은 2021년 110위로 사실상 최하위 수준이었다. 지난해(88위)에도 반등하지 못하고 최하위 수준에 그쳤다. 1위는 인도네시아였고, 이어 케냐,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이 뒤를 이었다.
중국의 반등도 눈에 띄었다. 2011년 140위에서 2021년 100위 내인 95위를 기록하더니 지난해 49위까지 올라섰다.
이수원 대한상의 경제정책실 팀장은 "중국은 세계 경제대국 도약과 함께 인민이 함께 부유해지자는 '공동부유' 운동을 시작하며 기부 문화까지 확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은 종교적으로 빈민구제를 하는 이슬람 국가나 기부 선진국 미국, 호주, 영국 등에 뒤처지는 데다 코로나19 이후 경기 불안을 느끼며 기부 심리가 위축됐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기부 참여율과 기부 의향도 내리막을 걷고 있다. 13세 이상 국민의 기부 참여율(통계청 기준)은 2011년 36.4%에서 2021년 21.6%로, 같은 기간 기부 의향은 45.8%에서 37.2%로 각각 줄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기부 비중은 같은 기간 0.79%에서 0.75%로 제자리다.
상의 측은 "2000년대 이후 기부금 세제 지원은 축소되고 공익법인 규제는 강화하면서 소극적인 기부 정책이 이어진 영향"이라며 "팬데믹을 겪으면서 복지정책 한계를 보완하는 사회안전망으로 민간기부의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민간기부 활성화를 위해 규제는 풀고 인센티브는 늘리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