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경제력에 따른 자녀의 성적 차이가 최근 10년간 심화했다는 연구 결과가 국회에서 공개됐다. 대학 서열화와 학벌주의가 공고한 상황에서 입시제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기초학력보장 정책 강화 등 취약계층 학생들에 대한 다각도의 지원 강화가 긴요하다.
김성식 서울교대 교수가 지난 17일 국회에서 발표한 토론문에 따르면, 2020년 소득격차에 따른 고등학교 2학년생 학업성취역량 불균등배분지수는 177.0에 달했다. 이 지수는 2010년(100)을 기준으로 가장 소득분위가 낮은 1분위와 가장 높은 5분위 집단 간 차이를 나타내는 지수다. 즉 소득수준에 따른 학생들의 성취역량 차이가 10년 전의 1.8배가 됐다는 의미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분석 결과, 점수에 대한 한국의 가정배경 영향력 추정값은 2010년 22.9점에서 2015년 42.8점으로 급등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고소득층의 사교육비 지출액이 저소득층의 5배가 넘고, 주요 대학들의 합격생 상당수가 서울 강남권이나 특목고 출신으로 채워지는 등 계층이동의 사다리로써 교육의 역할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부모 경제력에 따른 이 같은 교육격차 문제를 방치할 경우 불평등의 대물림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교육부가 고등학교 교육력 강화 방안으로 전국단위 자사고의 지역인재 선발 의무화, 기업의 지역 내 자사고 설립 지원 방안 등 자사고 대책을 주로 검토하고 있는 점은 우려를 낳는다. 자사고는 교육다양화 취지로 도입됐지만 학생들의 다양한 수요에 부응하기보다는 고교 서열화와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사실상 ‘입시사관학교’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학생의 선택권 강화, 학교의 자율성 강화에 대한 정책 고민과 함께 EBS방송 확대, 일반고의 수업방식 혁신 등 수월성 교육의 폐단을 줄일 대안도 깊이 고민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