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의 빌미가 된 '화물차 안전운임제' 대신 강제성이 없는 '표준운임제' 도입이 추진된다. 또 운송 영업 없이 번호판만 빌려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이른바 '지입 전문업체(위수탁 전문회사)'도 시장에서 퇴출한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연구원은 18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안전운임제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국토부는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가 끝난 뒤인 지난달 화주와 운수사, 차주(화물연대 포함), 전문가가 포함된 '물류산업 발전협의체'를 꾸리고 개선안을 논의해 왔다. 정부는 공청회에 소개된 내용을 중심으로 곧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우선 기존 안전운임제를 강제성이 없는 표준운임제로 개편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안전운임제는 시멘트, 레미콘 등의 화물 차주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고 이를 지키지 않은 화주에겐 500만 원의 과태료를 물리는 제도다. 적정 임금을 보장해 기사의 과로, 과속을 막는다는 취지로 문재인 정부가 도입했다. 2020년부터 3년 한시로 시행됐다가 지난해 말 법 개정이 안 돼 자동 폐지됐다.
정부는 검토 결과, 안전운임제는 시장구조의 본질적 개선 없이 운임만 강제하는 대증 요법에 불과하다고 결론 내렸다. 운송시장의 소비자인 화주를 규제해 결국 화주-운송사-차주 간에 첨예한 갈등만 유발한다는 것이다.
표준운임제는 차주가 운송사로부터 받는 운임은 강제하되 화주와 운송사 간 운임은 정부가 제안한 표준운임에 따라 자율로 정하도록 한 게 골자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차주의 실질소득을 보전하면서도, 규제 합리화로 이해관계자 간 불필요한 갈등을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시멘트와 컨테이너 품목에 표준운임제를 적용해 3년 일몰제로 2025년 12월까지 운영해 보고 지속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다만 표준운임제를 도입하려면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해야 해 거대 야당이 응해줄지가 관건이다.
아울러 '지입 전문업체'를 시장에서 퇴출할 계획이다. 그간 번호판을 빌려 운송하던 차주들은 직접 번호판을 받아 운송할 수 있다. 지입제가 폐지되면 위수탁 전문회사의 대·폐차 비용 요구 등 부당한 관행이 근절되고, 차주 입장에서는 번호판 사용료 지출 등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소득 상승효과가 있을 것이란 게 정부의 기대다.
이 밖에 화물 운임·유가 연동제, 화물차 휴게시설 확충, 금융 지원 강화 등을 통해 화물차주 복지 증진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