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치적 이득을 위해 성남시장 시절 민간사업자들에게 유리한 각종 문건의 특혜성을 인지하고도 직접 결재했다는 진술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의 불법성 인식과 고의성 여부가 업무상 배임 등 핵심 혐의 성립을 가르는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조사에서도 결재 과정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1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3부(부장 강백신)는 대장동 민간사업자들로부터 "2014년 말 이재명 성남시장과 사업 전반에 대해 상의했고, (특혜 공모 정황을) 다 알고서 (이 대표가) 승인했다고 정진상 정책비서관이 말했다는 얘기를 김만배씨로부터 들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검찰은 그간 이 대표 연루 여부에 대해 '잘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해왔던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의 진술 변화에 주목한다. 정 회계사는 지난해 말부터 이 대표가 특혜성 사업 진행과정 전반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입장을 바꿨다고 한다. 검찰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등에게 민간사업자에게 유리한 내용이 담긴 결재 문서 수십 건을 제시한 뒤, 이 대표의 공모 정황을 뒷받침할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대장동 사업 추진 당시 이 대표가 위법성이 있다는 점을 인식한 상황에서 관련 서류를 결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핵심 공약인 '1공단 공원화' 실현을 통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고 대장동 사업과 결부해 공원 조성 비용을 외부에서 충당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내부 비밀 유출 △맞춤형 사업자 선정 △개발이익 몰아주기 등 대장동 일당을 위한 공사의 각종 특혜 제공과 유착 관계도 이 대표의 정치적 동기와 무관치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유 전 본부장을 통해 민간사업자들에게 "1공단 사업비만 조달해주면 요구사항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가 이날 28일에 검찰에 출석하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조사에서 검찰과 이 대표 간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검찰은 이 대표를 상대로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 특혜가 제공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불법성을 인식하고도 용인한 것인지 집중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대선을 앞둔 2021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만배씨 등 대장동) 관련 업자를 만나는 걸 알았다면 (유동규 전 본부장을) 해임했을 것"이라며 하급자의 범죄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결국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사업과 관련한 결재는 행정적·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고 반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의 진술과 관련해선, 김만배씨의 허풍을 옮긴 전언에 불과하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 김만배씨를 불러 이 대표 혐의에 대해 알고 있는지 재차 추궁했다. 김씨는 그간 다른 대장동 일당과 달리 이 대표는 연루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대표가 공모했다는 점을 입증하려면 진술보다는 증거로 설명해야 한다"며 "검찰이 대장동 일당의 진술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얼마나 확보했는지에 따라 수사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