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18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관련 현장 조사를 막은 화물연대를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총파업 종료로 정리되는 듯했던 정부와 화물연대 간 갈등은 법정 공방으로 2차전에 접어들었다.
공정위가 16일 전원회의를 열고 결정한 화물연대 고발은 지난해 11월 24일부터 12월 9일까지 진행된 총파업에서 비롯한다. 공정위는 화물연대가 총파업 과정에서 화물차주에게 파업 동참을 의미하는 운송 거부 강요 또는 운송 방해 등을 했는지 살펴봤다. 화물연대가 노동조합이 아닌 개인사업자 단체라고 판단, 사업자에게 적용하는 공정거래법 잣대를 들이댔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위반 입증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2, 5, 6일 세 차례에 걸쳐 화물연대 사무실을 찾았다. 하지만 화물연대 측이 사업자단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공정위 진입을 막으면서 현장 조사는 무산됐다.
피조사인의 거부로 공정위 조사 자체가 차단된 적은 화물연대 사례가 처음이었다. 공정위 조사를 거부·방해·기피한 피조사인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공정위 결정은 화물연대를 사업자단체로 재차 못 박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이번 의결에서 화물연대의 사업자단체 여부는 본격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는 게 공정위 공식 입장이다. 화물연대의 사업자단체 해당 여부는 절차상 '본게임' 격인 운송 거부 강요 등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조사할 때 따져보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와 화물연대 간 대립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지난해 12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발동에 따른 총파업 종료로 화물연대 사태는 수습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공정위 고발로 압수수색 권한을 가진 검찰까지 참전하면서 정부와 화물연대 사이 긴장감은 다시 고조되고 있다.
화물연대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노조인 화물연대를 공정위 조사 방해죄로 고발한다는 것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화물연대를 향한 공정위의 표적 탄압은 윤석열 정권 반노동 정책의 신호탄"이라고 반발했다.
정부와 화물연대 간 다툼은 법정 공방이 불가피한 만큼 장기전으로 흐를 전망이다. 공정위가 당초 겨냥했던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 강요 조사 역시 공전할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찾기 위해 화물연대 측 문건을 강제로 입수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다. 이승규 공정위 카르텔총괄과장은 "구체적 방법과 일정을 말씀드리기 곤란하지만 앞으로 계속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복지시설 방문을 이유로 화물연대 고발 여부를 확정하는 전원회의에 불참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화물연대 압박에 앞장섰던 한 위원장이 정작 관련 의사 결정에는 참여하지 않아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