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효진ㆍ배유나ㆍ정호영… 요즘 대세는 공격하는 미들블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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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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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미들블로커는 그동안 블로킹과 이단 연결에 전념하는 ‘수비적인 선수’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미들블로커의 공격은, 속공이나 이동 공격을 간간이 섞으며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정도에 그쳤다. 특히 큰 공격(오픈 공격)은 팀의 외국인 선수나 아웃사이드히터가 전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여자배구에선 조금 다른 분위기다. 각 팀의 미들블로커들의 공격점유율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시원시원한 큰 공격으로 코트를 달구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정호영(22ㆍ인삼공사)이다. 2019년 데뷔 후 부상과 부진 등 적지 않은 진통을 거쳤지만, 올 시즌엔 일취월장한 모습이다. 지난 시즌 공격점유율이 4.8%에 머물던 것이 올해 9.0%까지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데뷔 전부터 파괴력 있는 공격력으로 기대를 모았기에 더욱 반가운 변화다.

시즌 초반 1라운드에선 공격점유율이 6% 안팎에 그쳤지만, 조금씩 점유율과 공격성공률을 끌어올리더니 3라운드부터는 거의 매 경기 10% 이상 두 자릿수 공격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특히 지난 6일 도로공사전에선 올 시즌 최다인 16.4%를 찍었다. 시즌 공격성공률도 48.5%에 달해 앞으로도 정호영의 공격을 더 자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원한 국대 센터’ 양효진(34ㆍ현대건설)의 무시무시한 공격력도 여전하다.

시즌 공격점유율 16.4%(성공률 49.5%)로 리그 전체 미들블로커 중에 1위인 데다 블로킹도 리그 2위(세트당 0.77점)로 공ㆍ수에서 가장 바쁜 선수다. 올 시즌뿐만 아니라 매 시즌 16~18%의 높은 공격점유율로 팀 공격을 이끄는 명실공히 리그 최고의 미들블로커다. 팀의 주 공격수가 아닌데도 ‘오픈 공격’ 부문에서 매년 리그 최상위권을 달렸던 양효진은 올 시즌에도 김연경(흥국생명ㆍ43.6%)을 간발의 차로 제치고 1위(45%)를 달리며 여전한 파괴력을 과시 중이다.

‘배구 천재’ 배유나(34ㆍ도로공사)도 올 시즌 공격점유율을 14.7%까지 한껏 끌어올렸다. 지난 2007년 데뷔 이후 16번째 시즌을 맞는 동안 2016~17시즌(15.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공격점유율이다. 올 시즌 치른 경기 중 한 자릿수 점유율은 단 2경기일 정도로 매 경기 공격 부담이 크다.

특히 팀의 주 공격수인 박정아와 기존 외국인 선수 카타리나가 부진해 배유나가 팀 공격을 어쩔 수 없이 떠맡는 상황이어서 앞선 두 선수보다 더 어려운 처지다. 최근 새 외국인 선수 캣벨이 팀에 가담하면서 조금 숨통이 트였지만, 도로공사의 아웃사이드 히터들의 공격력이 살아나지 않는 한 배유나의 공격 부담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이주아(23ㆍ흥국생명) 최가은(22ㆍ페퍼저축은행) 등 젊은 미들블로커들도 시원시원한 공격을 자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이주아는 공격점유율도 높아졌지만 이동 공격 리그 1위(50.9%) 등 공격성공률이 지난 시즌 35.7%에서 올해 44.8%로 10%포인트 가까이 크게 향상됐다.

강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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