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들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드러난 위성정당의 폐해를 막기 위해 여러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의석 수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손대지 않은 채 '위성정당 창당'만 콕 집어서 막는 방안으로는 한계가 분명했다.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비례대표 명단 구성 방식 변경 등 보다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할뿐더러 정치권의 합의와 여론 설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형배 무소속 의원은 지역구 50% 이상에 후보자를 추천하는 정당은 비례대표 의석 수의 50%를 추천하도록 의무화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내놨다. 강민정·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례대표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더라도 정당 투표용지에 지역구 후보자를 추천한 정당의 기호와 명칭을 표시하자고 제안했다. 정당 투표가 기존 정당과 위성정당으로 분산되도록 만들면 창당 유인이 줄어들 것이란 논리다.
하지만 이 같은 방법은 위성정당 창당을 근본적으로 막기는 어렵다. 두 방법 모두 적극적인 여론전을 통해 위성정당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민형배 의원안의 경우 의도적으로 지역구 의석 수의 50% 미만의 후보자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개정안을 우회할 가능성도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검토 의견에서 "위성정당 창당·활동을 차단하는 데에는 일정 부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선 권역별 비례대표제로의 전면적인 전환도 논의되고 있다. 김두관·김영배·이상민 의원은 전국을 6개 혹은 17개 권역으로 나눠 연동형 비례대표제 실시를 제안했다. 이 경우 민주당은 영남에서, 국민의힘은 호남에서 각각 지금보다 더 많은 비례의석 확보가 가능해 위성정당 창당 유인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위성정당을 활용하면 그보다 더 많은 비례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근원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선관위는 "위성정당 창당 발생이 여전히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김두관 의원은 이러한 한계 때문에 개정안에 "지역구에서 5석 이상 얻은 정당에만 비례의석을 할당하자"고 제안했다. △지역구 5석 이상 △정당득표율 3% 이상인 정당에 비례의석이 할당되는 현행 제도에서 정당득표율 조건을 삭제한 것이다. 이 경우 비례 위성정당의 창당 유인은 제거할 수 있다.
다만 정의당 등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에는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 지난 21대 총선에서 정의당은 지역구 1석과 정당득표 9.67%로 비례대표 의석 4석 등 총 5석을 차지했는데, 김두관 의원안을 따르면 1석에 비례대표 의석을 전혀 배분받지 못한다. 정당 득표율이 10%에 가깝더라도 300석 중 1석만 차지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셈이다.
김상희·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전면적 비례대표제 전환을 주장하고 있다. 현행 지역구 의석 253석을 권역별로, 유권자가 정당과 해당 정당이 추천한 후보자에게 표를 행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권역별 의석 수는 정당 득표율로 결정되며, 각 정당이 확보한 의석 수 내에서 득표율이 높은 후보자들이 당선되는 방식이다. 박 의원은 남은 47석을 전국 정당 득표율과 각 권역별 당선자 수 사이의 격차를 보정하는 데 사용하자고 했다. 이 47석을 각 정당의 낙선자 가운데 득표비율이 높은 낙선자 순으로 정하자는 '석패율제'를 적용하자는 것이다.
선관위는 석패율제와 관련해 "위성정당 문제를 상당 부분 방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모(母)정당 입장에서 권역별 후보자로 출마했던 이들을 배제하고 별도 비례대표 명단을 만들 유인이 적기 때문이다. 다만 석패율제는 유력 정치인들의 '무한 당선'에 활용될 수 있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당시 채택되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 법안만 5개(전주혜·장제원·권성동·곽상도·김은혜 의원) 발의했다. 정당 득표율 결과를 비례의석 47개에만 적용하는 병립형 제도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위성정당 창당 유인은 사라지지만, 정당 득표율을 의석 수에 반영함으로써 '비례성 강화'라는 당초 선거제 개편 취지와 반한다는 점이 문제다. 거대 양당 독식 구조로 다시 돌아가기 쉽다는 것이다. 지난해 11, 12월 한국정당학회가 회원 8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병립형 제도로 회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11.9%로 주요 대안 중 가장 지지가 낮은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선 병립형 제도로 회귀하되, 대신 지역구 의석 253석을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해 사표(死票)를 줄이자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중·대선거구제도 △거대 양당의 안정적인 의석 확보 △중진 정치인 유리 △선거 비용 증가 등 단점이 있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연동률을 현행 50%에서 100%로 높이고, 국회의원 수를 360명, 비례대표 수를 12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안했다. '비례성 제고'라는 기존 선거제도 개혁 취지를 더 적극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위성정당 창당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는 따로 제시하지 않았다. 정의당 관계자는 "위성정당 문제는 제도를 어떻게 만들더라도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에, 각 정당이 책임 있게 (창당 금지) 선언을 하는 등 정치적으로 해결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의원 수를 늘리자는 견해는 민주당에도 있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하되, 지역구 253명과 비례 47명인 현행 제도에서 비례를 77명으로 늘려 국회의원 수를 330명으로 늘리는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김영배 의원도 지역구 220명, 비례 110명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제안했다. 그러나 국회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가운데 의원 정수 증원론이 여론의 지지를 받기엔 쉽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