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몰아보기", "○○○ 요약, 결말 포함" 등 유튜브 콘텐츠로 드라마를 보는 젊은 세대들이 늘고 있다. 이들의 특징은 긴 러닝타임보다는 압축된 하이라이트, 클립 영상으로 만족하는 것이다. 이는 '가성비'를 쫓는 젊은 층의 소비 습관과 맞닿아있다. 이로 인한 장단점은 확실하다.
최근 좋아하는 드라마를 OTT나 TV로 시청하지 않고 유튜브로 소비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일부 유튜버들이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 남짓한 길이로 압축한 콘텐츠를 보는 것이다. 주로 자극적인 섬네일과 소개 문구가 시청자들을 유입시키는 도구다. 최대한 빠르게 드라마를 보고 싶은 이들에겐 플랫폼의 배속 기능보다 더욱 편리한 기능으로 작용했다. 다만 드라마 업계 관계자들에게는 아쉬운 문화다.
유튜브로 드라마 요약을 보는 것을 즐긴다고 밝힌 한 여성(29세)은 본지와의 대화에서 "드라마 유입이 어렵다. 처음에 흥미가 돋지 않으면 보지 않는다. 드라마 길이가 길다고 느껴질 때도 있기 때문에 집중이 잘 안 된다. 또 다른 이용자는 10분 동영상도 길다고 말한다. 빨리 결말을 보고 싶다. 다만 정말 취향에 맞을 땐 유튜브 콘텐츠로 보고 드라마로 유입하기도 한다. 음미보다는 겉핥기 식 소비지만 바쁜 현대 사회에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싶은 욕구가 더 강하다"고 말했다.
캐릭터 서사를 온전히 느끼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기도 하다. 집중력이 낮아지고 자극만 수용하는 세대의 특징이기도 하다. 특히 로맨스·멜로 장르에서는 기승전결에 따라 서서히 인물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 빠르게 콘텐츠를 소비하고자 하는 시청층에게는 이 과정이 불필요하게 느껴진다. 느리지만 그 안에서 스며드는 여운을 더 이상 즐기지 않는 것이다. 하이라이트와 주요 부분 위주로 보다 보면 결국 드라마는 한없이 단순해진다. 이는 에피소드 사이다식 구성을 원하는 수요와도 비슷하다. 긴 서사에 걸쳐 주인공이 빌런을 향해 복수의 칼을 준비하는 것보다 빠르게 처치하는 결론을 보고 싶은 이들이 요즘의 경향이다.
K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는 "업계 사람들 대부분이 드라마 요약 콘텐츠를 좋아하지 않는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시청자들이 플랫폼으로 유입이 되길 원하지만 유튜브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거기서 그친다. 수익도 유튜버들에게 돌아간다. 마케팅단에선 홍보 수단으로 필요하다고 하지만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짙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일부 드라마들은 유튜브로 재생산되기도 한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은 지만 드라마국에서는 아쉬움이 더 큰 현상일 터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콘텐츠들이 너무 많다. 여기에 다 소비할 순 없어서 요약본을 보고 본 것 같은 기분, 또는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 요약본을 찾아보는 이들이 있다. 드라마 시리즈 콘텐츠는 제작사들 입장에서 적당한 요약본처럼 신규 유입을 이끌어내는 방식이 필요하다. 일부 유튜버들이 홍보성 콘텐츠를 광고하고 있고 일정 부분 도움이 된다. 새로운 콘텐츠 유입의 방식이다"고 긍정적인 면을 짚었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콘텐츠 생태계에서 유익한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 동의했다. 정 평론가는 "유튜브 시청자들은 근본적으로 콘텐츠를 다 소비하지 않으려는 것이 크다. 마치 다 본 것 같은 기분을 주지만 콘텐츠를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 또 시청자들을 끌어당기는 방식이지만 유입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유튜브에 올라온 요약본은 다 무료다. 다른 콘텐츠들 입장에선 손해"라고 분석했다.
정 평론가는 이러한 흐름이 콘텐츠를 소비하고자 하는 욕망이 우회적으로 발현된 것이라고 바라보기도 했다. 그는 "현대 사회인들은 근본적으로는 소비할 여유가 없다. 시간적으로 또 심리적으로도 여유가 없다. 콘텐츠를 감상할 수 없다. 그런 것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은 욕망이 있지만 정상적으로 시간을 내기 힘든 여건으로 유튜브 요약본을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