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생들의 '꿈의 직장'으로 꼽히는 카카오 노사가 재택근무제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회사의 재택근무제 폐지 발표 이후 과반 노조를 달성한 카카오 노조는 회사와 근무제도 개편을 두고 충돌을 예고했다.
서승욱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장(크루유니언)은 17일 경기 판교 카카오아지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카카오를 포함해 네 곳 계열사의 단체협약에서 근무제 변경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신설하거나 직원에게 동의를 받도록 하는 요건을 넣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카카오 노조는 공식적으로 과반 노조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카카오 노조에 따르면 현재 합산된 카카오 조합원 규모는 1,900명이다. 지난해 6월 기준 카카오 임직원 수는 3,600명이다. 주요 인터넷 플랫폼 기업 중 과반 노조를 달성한 것은 카카오가 처음이다.
지난해 말 카카오가 3월부터 재택근무제를 마치고 사무실 근무를 원칙으로 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노조 가입자도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노조는 재택근무제 폐지를 포함해 그동안 직원들이 불안전한 업무 환경에 놓여있던 것이 과반 노조를 달성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서 위원장은 "2021년 말 이후 지금까지 바뀐 근무제만 네 가지"라며 "6개월 전만 해도 어느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다고 했는데 불과 6개월 후엔 오피스 중심으로 근무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혼란을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노조 측은 회사가 직원들과의 별다른 소통 없이 근무제도를 바꿨다는 점을 비판했다. 오치문 수석부지회장은 "대부분의 동료 직원들은 재택근무가 크게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그런 만큼 회사의 결정이 일방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직끼리 합병과 분사가 반복되고 그에 따른 잦은 부서 이동도 직원들 사이에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고 노조 측은 지적했다. 서 위원장은 "카카오 커머스만 봐도 분사되고 다시 합병하는 데 3년이 지나지 않았다"며 "합병 이후 커머스 조직은 9개월 사이 해체와 신설을 되풀이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직원 중에는 1년 동안 여덟 번 넘게 인사발령이 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과반 노조를 달성한 만큼 카카오 노조는 본격적으로 ①근무제도 안정화를 포함해 ②대규모 전환배치 시 노사 합의 ③합리적 내부 이동제도 구축 ④보편적 공동체 복지 증대 등의 안건을 두고 회사와 대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서 위원장은 "앞으로 있을 단체협약에서 우리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경우 쟁의 행위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장의 근무제도 개편에 대해서도 법률 검토를 통해 회사에 대응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노조는 최고경영자와 직원 간 정례적 소통 창구를 마련할 것을 제안하는 한편 노조와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과 대화 자리도 요구했다. 서 위원장은 "(김 창업자와) 회사에 대한 전체적 문제에 대한 논의를 해 보고 싶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건넸지만 공개 논의는 없었다"며 "현재 그가 직원들의 이런 생각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앞으로 노조를 포함한 사내 구성원들과 다양한 소통을 통해 기업 문화를 계속 발전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