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발 항공편을 통해 입국하는 승객의 배설물까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완화 조치로 중국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위험 요인을 가능한 한 빨리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장거리 국제 항공편에서 폐수 샘플을 채취하는 방안을 항공사와 논의하기로 했다. 코로나19 감염자는 배설물을 통해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만큼, 오·폐수를 검사해 감염병 경로와 규모를 미리 파악해 대처하겠다는 복안이다.
CDC의 ‘배설물 감시’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8월 유럽에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때 유럽발 뉴욕행 항공기 폐수에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를 시험 검출한 적이 있다.
당시 샘플에서는 유럽에서 주로 확산하던 코로나19 변이가 다량 검출됐다. 지난달 이후 중국 관광객이 미국 땅을 속속 밟자, ‘제2 중국 코로나 확산 사태’를 우려한 미국이 또다시 같은 해결책을 꺼내든 셈이다.
시애틀 타코마 국제공항,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 등 외국인 승객이 자주 오가는 공항에서는 승객 코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여행자 유전체 감시’ 프로그램이 가동 중이다. 30개국에서 도착하는 항공기 500여 편 탑승객이 채취 대상이다.
이달 첫 주 기준 4,500명의 검체가 확보됐지만, 미국을 오가는 승객 수가 수만 명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표본으로 삼기엔 적은 규모다. 결국 CDC가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검체를 채취하고 △바이러스 유입 경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다.
배설물 검사가 다른 국가로 확산될지도 주목된다. 폴리티코는 “CDC는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다른 국가와 협력해 전 세계를 아우르는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4일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 강화 조치를 발표하면서 회원국에 중국발 항공기에 대한 폐수 검사를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