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띠 '99즈', 남자 배구 코트의 새 바람

입력
2023.01.1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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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생 젊은 토끼띠 선수들이 남자배구 코트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등번호까지 99번을 장착한 김지한(24·우리카드)이다. 올 시즌 공격성공률 54.1%, 특히 후위공격은 57.1%로 리그 4위다. 리그 전체 득점 16위, 팀 내에서도 득점 3위에 이름을 올리며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17일 삼성화재전에서는 생애 첫 트리플크라운을 작성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순간 강력한 서브와 공격력으로 ‘게임 체인저’ 역할을 톡톡히 하며 팬들의 눈도장을 제대로 받았다. 2017년 프로에 데뷔한 뒤 일찌감치 병역 의무(2020~21)를 마치고 두 차례 트레이드를 거치는 동안 더욱 단단해진 모습이다. 이런 활약과 함께 생애 처음 올스타전에 초대받았다.

임성진(한국전력)과 임동혁(대한항공)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꽃미남 공격수’ 임성진은 퀵오픈 2위(성공률 63.5%)에 오르며 차세대 에이스 과정을 차곡차곡 밟고 있다. 데뷔 이후 매 시즌 공격성공률, 서브, 블로킹, 리시브 등 공·수 전반에 걸쳐 조금씩 끌어올리는 모습에 팬들의 기대감도 덩달아 커진다.

특히 지난 10일 김지한과 임성진의 대결은 ‘99즈 맞대결’의 진수를 선보였다. 김지한이 4세트 18-15에서 임성진을 공략해 2연속 서브득점을 올리면서 선전포고를 하자, 곧이어 임성진이 17-21에서 김지한을 향해 강력한 서브를 두 번 연속 쏘며 그대로 갚았다. 특히 김지한은 2번째 서브 직전 임성진을 가리키며 의도된 ‘목적타 서브’임을 알렸고, 임성진 역시 서브득점으로 맞불을 놓은 뒤 주먹을 불끈 쥐며 기세를 올렸다.

국가대표 아포짓 임동혁도 순도 높은 공격성공률(62%)로 외국인 선수 링컨의 든든한 백업 역할을 하며 팀의 1위 고공행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속공 부문에서 ‘깜짝 2위’에 오른 미들블로커 이상현(우리카드)도 지난 시즌 적응기를 거쳐 올 시즌엔 완전히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출전이 조금 뜸하긴 하지만 국가대표 리베로 박경민(현대캐피탈), 2020 신인드래프트 1순위 김선호(현대캐피탈), 미들블로커 김완종(우리카드)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김완종은 지난 14일 대한항공전에서 13득점(공격성공률 61.6%)을 올리며 많은 박수를 받았다. 빠른 속공 득점(9점)뿐만 아니라, 블로킹(2득점, 유효 블로킹 4개)과 까다로운 플로터 서브(2득점)에 깔끔한 이단 연결까지 돋보이는 플레이를 선보이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강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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