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개설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민원상담센터에서 가장 흔한 질문은 "이 정보는 개인정보인가요?"이다. 이에 대한 대답은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이다. 자동차 번호를 예로 들면, 유료주차장에서 주차료 징수를 위해 수집한 자동차 번호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전자나 소유주를 식별할 수 없으므로 개인정보로 보기 어렵다. 하지만 문화센터에서 무료주차를 위해 수집한 차량번호는 회원정보와 결합하여 개인을 식별할 수 있으므로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따라서 상황이나 맥락에 대한 고려 없이 데이터를 칼로 무 자르듯 개인정보와 비개인정보 또는 개인정보와 가명정보, 익명정보로 나누는 것은 부적절하다.
새로운 기술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그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획일적인 기준과 규제를 적용하면 자칫 예상치 못한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큰 줄기를 잘못 설정하면 기업의 새로운 시도나 혁신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잡한 환경에서 국민이 바라는 정부의 역할은 '원칙은 준수하되, 개별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함으로써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디지털 대전환을 이끌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출범 3년 차인 개인정보위는 이러한 역할에 맞게 분야별·기술별로 개인정보의 기준을 제시하고 국민과 기업이 느끼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인공지능이나 생체정보와 관련한 개인정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고, 주요 쟁점에 대해서는 법 해석례를 제공했다. 중소기업이나 새싹기업 등을 직접 만나 문제를 해결하는 '찾아가는 법령해석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어선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최종 통과하면, 신산업 환경에서 데이터 경제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기틀은 더 탄탄해질 것이다. 우선, 마이데이터 도입으로 국민의 적극적인 자기정보통제권이 보장되고 다양한 데이터가 서로 결합하면서 새로운 데이터 산업이 본격 대두할 것이다. 기존 보호법으로 적용하기 어려웠던 드론, 자율주행차의 이동형 영상기기에 대한 개인정보 처리 사전동의 원칙의 합리적인 기준도 만들어질 것이다. 이 외에 개인정보위는 인공지능 학습 등을 위해 일정 조건에서 개인정보를 보다 자유롭게 분석·활용할 수 있는 '개인정보 안심구역' 도입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법·제도를 설계하는 데 세부 내용을 이해하고 그 변화에 맞춰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과제다. 과거처럼 텍스트나 엑셀 파일 속 규격화된 정보뿐 아니라 음성과 영상 등 다양한 유형의 정보가 매트릭스처럼 얽혀 확장되고 있는 데이터 분야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개인정보위는 앞으로도 작은 현장의 소리에 세심하게 귀 기울이며, 국민 신뢰가 뒷받침된 데이터 활용 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선도하는 데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해 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