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일당'으로 분류되는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장)가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 재판에서 검찰 진술을 일부 번복했다. 그는 검찰 조사 당시에는 검사가 알려주는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 진술에 맞춰 대답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지만, 지금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는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변호사는 2014년 11월 대학 선배인 남 변호사 추천으로 성남도시공사 전략사업팀장으로 입사한 뒤, 대장동 개발 사업 공모지침서 및 사업·주주협약이 대장동 일당에 유리하게 설계되도록 작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정 변호사는 지난 13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 진술을 번복했다. 정 변호사는 검찰 조사에선 '공모지침서 작성 과정에서 성남도시공사가 받을 임대주택 부지를 정 회계사와 상의했다'고 진술했지만, 법정에선 "협의한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그는 "'(공사에 입사한 뒤 3개월간) 대포폰을 만들라'는 얘기를 듣고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는 진술에 대해서도 "그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정 변호사는 진술을 번복한 이유에 대해선 "검사가 '다른 사람들(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과 다르게 진술하면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저 혼자 잘못된다는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재판 초반부터 진술 번복과 관련해 정 변호사를 몰아붙였다. 검찰은 정 변호사의 피의자 신문 조서를 일일이 제시하면서 "검찰 조사 과정에서도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 등의 진술로 증인의 거짓말이 드러나는 상황이 반복됐다"고 지적하자, 정 변호사는 "당시에는 상황에 맞춰서 진술했는데, 이후 객관적 자료를 보니 (사실과) 맞지 않아 번복 아닌 번복을 하고 있다"며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일부 질문에 실수로 답한 것 아니냐'는 검찰 질문에도 "그런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 변호사는 이날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지침서에 이재명 시장의 지시가 반영됐다고 생각한다"는 증언도 했다. "(검찰 조사에서) 2015년 2월 정 회계사에게 '시장님에게 보고하면서 공모지침서에 구체적 내용이 들어갔다'고 말했는데 (이 시장 요구가) 반영됐다는 얘기인가"라는 검찰 질문에, 정 변호사는 "유동규 당시 성남도시공사 기획본부장이 (공모지침서에 넣으라고) 말한 내용은 이 시장이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검찰이 이에 '이 시장이 어떤 내용을 지시했나'라고 묻자, 정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이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처음 설계부터 이 시장 아이디어로 시작했다고 안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앞선 재판에서 "2014년 12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게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보고를 했다"면서도 "개발 비리와 직접 관련되는 지시사항을 하달받은 적은 없다"고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