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인상 주장보다 대학 쇄신 노력이 먼저다

입력
2023.01.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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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위기 타개를 위해 14년째 묶여 있는 등록금 자율화를 요구하는 대학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육부는 “타이밍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지만, 지난해 말 당정 간담회에서 이르면 2024년부터 등록금 규제를 완화한다는 계획이 논의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학부 등록금 인상이 억제되자 대학들은 대학원과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 인상 등 우회로를 찾고 있다. 서강대, 성균관대 등은 올해 대학원 등록금을 2~4% 올렸다. 교수노조가 임금을 올려달라며 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내는 경우도 증가했다. 2021년 기준 1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6건으로 늘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물가인상률을 반영한 지난해 실질 등록금은 2008년보다 23.2% 떨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적지 않은 대학들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학의 재정난을 등록금 인상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떠넘기려는 대학들의 요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내 사립대 등록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7위, 국공립대는 8위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등록금 자율화 요구에 앞서 대학들은 재정의 과도한 등록금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먼저다. 2020년 결산 기준 사립대(일반대)는 재정의 54%를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지만 재단 전입금은 8%밖에 안 된다. 사립대 회계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2019~2021년 교육부의 대학 감사에서 교비회계 지적사항은 428건이나 됐다. 대학들의 회계 투명화와 자구 노력이 전제돼야 등록금 자율화 주장이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

대학 재정난은 근본적으로 공적 재원 투입으로 푸는 것이 순리다. 우리나라 고등교육 1인당 공교육비는 OECD 평균의 60% 수준이다. 언제까지 대학들이 천수답처럼 등록금에 기대 재정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등 대학에 대한 공적지원 확대 방안에 관한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