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상흔을 치유하고 멀어진 사회·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회복의 담론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 관심사다. 경제활동은 위축되고 불안과 우울, 혐오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리질리언스(resilience), 즉 회복력이 미국을 비롯한 서구사회에서도 사회 각 분야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말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이 발간하는 경영 전문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는 회복력을 2022년을 돌아보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꼽은 기사를 게재했다. HBR은 한 해 동안 이 매체를 통해 얻은 교훈에 대한 독자 반응을 소개한 이 글에서 "코로나19뿐 아니라 경제와 정리해고, 전쟁, 기후위기 등 온갖 도전 과제 앞에서 회복력을 비롯해 유연성과 인내, 변화와 민첩성 등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을 주는 단어가 중요해졌다"고 전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회복력을 성공적 리더의 중요한 자질 중 하나로 꼽았다. 'WEF 글로벌 이노베이터 커뮤니티' 구성원 대상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한 WEF의 최근 기사에 따르면 이 커뮤니티 소속 스타트업과 성장 기업의 경영자들은 호기심과 민첩성, 다양성 등과 더불어 회복력을 주목해야 할 성공 리더십의 덕목으로 꼽았다. 독일 헬스케어 기업 케어신택스의 공동 창업자인 비요른 본 지멘스는 "회복력이 있는 리더는 불안정하고 변동이 큰 상황에서도 비전을 향해 계속 나아갈 수 있다"며 "회복력은 모든 리더가 갖춰야 할 자질"이라고 말했다.
컨설팅 업체 매킨지의 트렌드 분석서에서도 회복력이라는 주제어를 발견할 수 있다. 매킨지는 영국 패션 전문 매체 BoF와 공동으로 작성한 올해 패션 산업 관련 보고서의 주제를 '불확실성에 직면한 회복력(Resilience in the Face of Uncertainty)’으로 잡았다.
미국의 경우 상실 없이 외부 충격을 견디는 힘을 의미하는 리질리언스 담론의 부상은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가속화했다. 재난위험 시대를 맞아 오피니언 리더들이 회복력의 중요성을 역설하기 시작했다. 2020년 8월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에 실린 가네시 시타라만 밴더빌트대 로스쿨 교수의 '회복력의 대전략(A Grand Strategy of Resilience)'이라는 기고문이 대표적이다. 시타라만 교수는 "미국은 감염병으로 인한 보건 위기와 기후변화, 사이버 공격, 강대국과의 지정학적 경쟁 등으로 혼란을 맞고 있어 이를 가능한 한 막고, 견디고, 회복하고, 적응해야 한다"며 "미국에 필요한 것은 회복력의 거대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형 악재들과 맞물려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에게는 회복력과 적응, 내구성의 전략이 요구된다"고 주문했다.
특히 미국의 전문가들은 회복력의 긍정적 의미에 주목한다. 심리치료사이자 심리학 관련 서적을 다수 펴낸 브라이언 로빈슨 박사는 경제지 포브스 기고를 통해 "회복력은 희망과 낙관, 재탄생의 울림이 있으며 미래의 성장과 가능성을 향해 열려 있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환경 파괴와 감염병 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과 극단적 양극화로 상실감과 고통에 빠져 있기보다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으로 회복력을 키워야 한다는 데 전 세계적 중지가 모이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