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였던 자동차세 선납 할인율이 왜 7%로 낮아졌나요?", "재벌 세금은 깎고, 서민 세금은 늘린 겁니까?", "국민 세금 올려서 부자감세에 보태려나 보네요."
매년 1월 이맘때쯤 각 가정으로 발송되는 자동차세 연납 고지서를 보고 많은 시민들이 놀랐는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런 내용의 글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자동차세는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나눠 내는데 1월에 한꺼번에 먼저 내겠다고 신청(선납)하면, 1월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2~12월)에 해당하는 세금의 10%(실제 혜택은 9.15%)를 깎아주는 게 '선납(연납) 할인'입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0%였던 할인율이 올해에는 7%(1월 제외 실제 혜택은 6.4%)로 낮아지자 시민들이 왜 내렸는지 궁금증과 함께 불만을 나타낸 겁니다. 납세자 입장에서 할인폭을 낮추는 것은 결국 세금을 더 내도록 해, 사실상 증세와 다름없는 효과로 받아들여지니까요.
특히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벌어진 일이라 그런지, 윤 대통령을 원망하는 글도 상당히 눈에 띄었습니다. 정부는 왜 할인폭을 줄였을까요? 정말 윤 대통령이 한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문재인 정부 시절 금리에 비해 할인폭이 과대해 조정했다고 합니다만 세수 확보의 목적도 있습니다. 또, 한국일보 취재 결과, 최근 전례 없는 금리 급상승으로 인해 사정이 완전히 뒤바뀐 점을 고려해 정부는 자동차세 할인율 감소폭을 하반기에 재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자동차세는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주민에게 부과·징수하는 지방세의 일종입니다. (근거법인 지방세법에 따라 각 지자체는 자동차세 외에도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 지방소득세 주민세 지방교육세 지방소비세 담배소비세 등 10여 가지 세금을 거둡니다.)
문제가 된 자동차세 할인폭 감축 규정은 하위 법령인 '지방세법시행령'에 나옵니다. 125조(자동차 소재지 및 신고납부) 6항에 보면 연세액 선납 시 할인폭을 2021년과 2022년에는 기존처럼 세액의 10%로 유지하고, 올해 7%, 내년에 5%, 2025년부터는 3%로 점차 축소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국민들을 놀라게 한 이 조항은 2020년 12월 31일에 신설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때 이뤄진 결정이었으니 윤 대통령과는 상관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할인폭을 축소했을까요?
행정안전부는 "당시 금리가 0.5% 수준으로 낮아, 할인율(10%)과 차이가 너무 컸다"고 말했습니다. 경기도(638만 대)에 이어 두 번째로 자동차 등록 대수(319만 대)가 많은 서울시도 "당시 상황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금융회사 예금이자율을 고려해서 신설했다'고 나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마디로 "당시 금리보다 과도하게 세금을 깎아줬다"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2019년 말 중국에서 처음 확인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2020년 초 국내에서도 확산하자 한국은행은 그해 3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1.25%→0.75%)하고, 5월에 0.25%포인트 추가 인하해 0.5%까지 낮췄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경제가 위축되니까 금리를 낮춰 시장에 돈을 풀었던 건데요. 이로 인해 사상 유례없는 0%대 금리가 상당기간(한국은행이 2021년 8월과 11월 각각 0.25%포인트씩 올려 1.0%에 도달) 지속되자, 상대적으로 자동차세 할인폭이 과다해 지방정부의 세수도 줄어들었던 것이죠.
이전에는 10% 할인 제도가 아무 문제 없었던 걸까요?
행안부에 따르면 자동차세 연납제도는 1989년부터 시작됐습니다. "①여러 차례 나눠 내면 불편하니까 납세자의 편의를 위해서, ②또 고지서 발급이나 자동차세 관리 등의 행정 인력과 비용을 줄이고, ③다른 지방세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징수율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포석이었다"는 게 행안부의 설명입니다. 다만 "처음 도입됐을 당시에는 세금을 먼저 낸다고 깎아주는 할인 제도는 없었다"고 해요.
그러다 5년 뒤인 94년 연납 할인제도가 도입됐습니다. 할인율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10%였고, 그동안 한 번도 변경된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행안부 관계자는 "10% 할인이 처음 도입됐을 당시 금리는 12.7%로, 오히려 공제율(할인율)보다 높았다"며 "제도 시행 첫해인 94년 통계자료는 없지만, 3년 뒤인 97년 공제액이 175억원이었는데 2018년에는 2,096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처음에는 선납을 많이 이용하지 않다가 편리함, 그리고 이자율이 지속 하락하면서 10%라는 할인폭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니까 이용이 크게 늘어난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할인폭을 줄인 취지가 이해되지만, 행안부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코로나 시기 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금리가 변했을 때도 할인율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가 그 예입니다. 한국은행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97년 기준금리 역할을 했던 콜금리는 11%, 12%대였는데, IMF 위기가 터진 직후인 같은해 12월 23%대, 98년 1월 28%대까지 치솟았다가 서서히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인 2008년 8월 5.25%였던 기준금리는 6개월 후 2.0%(2009년 2월)까지 낮아졌다가 서서히 금리를 올려 2011년 3월에야 3.0%에 이르렀죠.
금리가 올랐다면 할인율도 올려주고, 금리가 내리면 할인율도 내렸어야 하나 그런 전례가 없었던 걸 보면 금리가 자동차세 할인폭을 결정짓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닌것 같습니다. 행안부 관계자도 "지자체는 세수 감소 문제가 있어 '금리에 비해 너무 많이 할인해주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사상 첫 할인폭 축소 외에도, 시민들의 불만을 초래한 이유는 더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우선 시행령을 신설해 놓고도 정부나 지자체가 국민에게 제대로 홍보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시행령은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 대통령의 공포를 거쳐 바로 확정·시행됩니다. 법안처럼 국회 심의 과정이 없고, 입법예고 기간도 없습니다. 이처럼 정부는 법 개정보다 훨씬 신속하고 간편하게 신설한 시행령을 국민에게 알렸는지 살펴보기 위해 소관부처인 행정안전부 홈페이지 보도자료 코너에서, 검색어를 '자동차세' 또는 담당과인 '부동산세제과'로 검색했더니 여러 자료가 찾아졌지만, 시행령 신설 이후 '2023년부터 자동차세 선납 할인폭이 줄어든다'는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서울시 홈페이지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검색해봤는데요. 할인폭 감소 안내가 전혀 없다가 지난 11일에서야 '자동차세 1년치 세액 1월에 미리 납부하세요'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자세한 과정 설명 없이 125조 6항 공제율 7%를 언급한 게 전부입니다. 서울시는 2021년과 2022년에도 자동차세를 선납하는 매년 1월, 또 그 이후 자동차세를 내야 하는 시기(6월, 12월 등)에 맞춰 배포해왔던 보도자료에도 할인폭 축소 안내는 전혀 없었습니다.
사전에 안내하지 않고 있다가 변경된 제도를 적용하는 시기가 도래해서야 지자체가 부랴부랴 안내하니까 납세자인 시민들은 황당하다고 느꼈겠죠. 통상 정부가 증세나 감세를 하면 민감한 사항이라 오해가 없도록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언론을 통해 알렸던 것과도 상반됩니다.
이에 대해 두 기관에 물어봤습니다. 행안부 관계자는 "시행령 신설 때 보도자료를 내고 미리 알렸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면서도 "여러 관계 기관과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고 합리적으로 제도를 개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시행령 신설 직후 바로 시행하지 않고, 2021년과 2022년 유예기간을 뒀던 것도 그런 측면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섣불리 혜택을 줄이기가 부담스러웠던 점도 감안했을 테고요.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가 아닌) 정부 차원의 개정이라 서울시가 특별히 (홍보하기 위해 별도로) 뭘 하지는 않은 걸로 안다"면서도 "이번에 고지서에 할인폭이 7%로 축소되는 점을 안내하고, 홍보 포스터와 전단지를 만들기는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불만은 금리인상 때문으로 보입니다. 할인폭 축소의 대전제이자 가장 큰 명분인 금리가 지난해 급격히 오른겁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심상치 않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0.25%였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12월 4.5%로, 무려 4.25%포인트나 올렸고, 한국은행도 지난해부터 사상 첫 7연속 금리인상을 단행하며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3.5%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이에 따라 1년 만기 예적금 금리는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많이 떨어지기는 했어도) 현재 1금융권은 평균 4%대, 2금융권은 5%대입니다. 물론 6, 7%대 특판 상품도 있습니다. 또 5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6~8%대 수준이죠.
그래서 누리꾼들이 올린 반응 중에는 "금리도 올랐는데 할인 좀 많이 해주지", "연납할 이유가 사라졌다", "차라리 예금하거나 대출 먼저 갚고 6월과 12월에 내는 게 낫겠다" 등의 글도 상당했습니다. 자동차세를 굳이 미리 낼 강력한 유인이 없어진 상황인 거죠. 행안부도 "할인폭 인하 관련 민원이 좀 있는 걸로 안다"고 했습니다.
특히 미국은 두세 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려 5%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고, 한은도 추가 인상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연내 기준금리 인하는 시기상조"(이창용 총재)라고 선을 그었죠. 따라서 시중금리는 더 오를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면 내년 자동차세 선납 할인율을 5%로 낮출 경우 납세자들은 올해보다 더 혜택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금리가 너무 낮아서 공제율을 낮췄는데, 최근에 금리가 급상승했다"며 "현재 공제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금리 수준 등을 고려해서 내년 할인폭을 예정대로 5%로 낮출지 아니면 7%를 유지할지 등을 하반기에 다시 한번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정권에서 할인폭 축소를 결정했더라도, 지난해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급등한 상황과 서민들의 고통 경감 등을 고려해 현 정부가 미리 손을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5월 9일 이후 한국은행은 6차례에 걸쳐 2.0%포인트를 인상(1월 14일 기준)해 이런 사정을 모르지는 않을테니까요.
일각에서는 연납 할인제도가 잘못됐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자동차세가 지방세 중 체납이 상대적으로 많아서 할인제도를 만들었는데, 다른 세금에는 먼저 세금을 낸다고 깎아주는 제도가 없다"며 "자동차세 체납은 '대포차'가 가장 큰 원인이라 처방이 잘못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행안부는 한국일보에 "1997년 90.1%였던 자동차세 징수율은 2021년에 90.6%를 기록했다"고 알려왔는데요. 조금 오르기는 했지만, 큰 차이는 없네요. 징수하지 못한 10%가량이 대포차량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또 지방세통계연감에는 2021년 회계연도 기준 자동차세 징수율이 94.9%로, 2016년(93.6%)에 비해 1.3%포인트 늘었는데 같은 기간 지방세 총 징수율 증가폭 2.7%포인트(93.9%→96.6%)에 못 미칠뿐만 아니라 11개 지방세목 중 가장 낮았습니다.
행안부 관계자도 "등록부상의 차량 소유주와 실제 사용자가 일치하지 않는 대포차는 소재지 파악이 잘 안 된다"면서도 "세금을 연납으로 미리 거두면 징수가 잘 되는 효과는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김 회장은 "대포차를 없애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행안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경찰과 주기적으로 상습 체납차량 일제 단속을 하고 있기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