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비상에 7연속 금리 인상했지만... '침체' 경계선에 선 한국 경제

입력
2023.01.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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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3.25%→3.5%로
"올해 성장률 1.7% 밑돌 것" 경제전망 수정
이창용 "추가 인상 가능성 면밀히 판단"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사상 첫 7연속 인상이다. 여기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당초 예상보다 낮추며, 경기 침체 위기까지 고려하는 보다 정교한 통화정책으로 전환할 것임을 시사했다.

1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기준금리를 3.25%에서 3.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기준금리는 4%였던 2008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6%를 넘어선 물가상승률, 1,440원을 웃도는 고환율에 한은은 지난해 4월 금통위부터 이날까지 기준금리를 잇따라 끌어올렸다. 두 번의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포함, 금리 인상 기조가 본격화한 2021년 8월부터 이날까지 기준금리 인상폭은 3%포인트에 이른다.

1, 2월에도 물가상승률 5%대 유지할 듯

물가 오름세가 5%대로 여전히 높아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 이날 대다수 금통위원들의 판단이었다. 한은은 지난달에 이어 올해 1, 2월에도 물가상승률은 5% 내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물가 상승의 주범이었던 국제 유가는 현재 전쟁 이전 수준인 배럴당 70~80달러(두바이유 기준) 선을 회복했다. 최근 수출입물가가 대폭 하락한 것도 유가의 영향이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물가(전월 대비 -6%)는 2009년 4월 이후 13년8개월 만에, 수입물가(-6.2%)는 2015년 1월 이후 7년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내렸다.

그럼에도 한은이 당분간 고물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공공요금 인상이 유가 하락을 상쇄할 여지가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 원자재 가격 폭등에도 인상을 자제한 탓에 올해 공공요금이 대폭 인상될 것이란 관측이다. 전기요금은 이미 1일부터 kWh(킬로와트시)당 13.1원 올랐다. 1980년 이후 최대 인상이다.

다만 한은은 연간 물가상승률은 직전 전망 3.6%를 유지했다.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현재로선 연말 물가가 3%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판단이다.

4분기 역성장 가능성... 금통위원 2명 "동결" 주장

문제는 성장률 둔화다. 앞서 지난해 11월 수출 및 국내 소비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간 성장률 전망을 2.1%에서 1.7%로 낮춘 한은은 이날 "더 낮을 수 있다"고 재수정했다. 국내 소비감소폭이 예상보다 컸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 경제 회복 속도에 관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직전 금통위에서 만장일치 인상(0.25%포인트) 결정과 달리, 이날 주상영, 신성환 위원이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낸 배경이다.

지난해 4분기는 역성장 가능성까지 대두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해 이동이 제약됐고, 반도체 경기가 더 하락했다. 이태원 사태 등 여러 이유로 4분기 경제지표가 나쁘게 나왔다"고 밝혔다. 다만 이 총재는 "(경기 악화는) 전 세계 공통 현상이며 우리는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에 있다", "재정 집행, 미국·유럽 성장전망 상향 조정, 중국 팬데믹 회복세를 볼 때 1분기는 지난해 4분기보다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경계선에 있을 뿐 마이너스 성장이 2분기 연속 지속되는 경기 침체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종금리 3.75% 의견도... 금리인하 시기상조"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경기 둔화 가능성도 커지면서 향후 금통위의 통화정책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성장을 위해 추가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은이 이날 적격 담보 증권 대상 확대 등 단기자금시장에 유동성 공급을 4월 말까지 3개월 연장한 것도 성장 쪽에 무게를 싣겠다는 신호로 풀이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총재는 금통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담은 이른바 'K점도표'를 공개하며 선을 그었다. 그는 "금통위원 6명 중 3명이 3.5%로 동결하며 상황을 지켜보자고 했고, 나머지 3명은 1, 2개월 사이 3.75%로 오를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을 냈다"고 소개했다. 추가 인상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동결'이나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해 이 총재는 "성장 하락 위험, 과거 금리 인상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보다 면밀히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윤주영 기자
강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