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4분기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올해 성장률도 지난해 11월 전망치를 밑돌 것으로 봤다. 다만 물가 오름세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13일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국내 경제는 성장세 둔화가 이어지면서 성장률은 지난해 11월 전망치 1.7%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2주 뒤 발표하는 지난해 4분기 성장률도 지표가 좀 나쁘다. 음(-)의 성장 가능성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중국에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반도체 경기 둔화, 이태원 사태를 하락 요인으로 꼽았다.
올해 상반기도 수출 부진과 국제경제 둔화로 어려운 시기를 겪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아직 경기 침체 여부를 얘기하긴 성급하다"며 "전 세계 공통적인 현상으로 다른 주요국 침체 가능성에 비해서는 우리가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그럼에도 당분간(3개월가량)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달은 물론 내달까지는 5% 수준의 물가 상승세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날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3.5%로 0.25%포인트 올린 것도 같은 취지다.
다만 이날 금통위원들 중 2명은 경제 상황을 고려해 "3.25%에서 동결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 총재는 추가 인상 여부에 관해서도 금통위원들 간 이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금통위원 6명 중 3명은 "3.5%를 유지하며 당분간 영향을 지켜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고, 다른 3명은 "1, 2개월 사이 3.75%로 올릴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배제하지 말자는 의견이 있기 때문에, 연내 금리 인하 역시 목표(2%)로 수렴해 간다는 확신이 있기 전에는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