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설경구, 이하늬와 액션 호흡 걱정한 까닭 [인터뷰]

입력
2023.01.15 09:40

용과 호랑이의 대결이 이런 모습일까. '유령' 속 설경구와 이하늬의 대결은 관객들을 한껏 긴장하게 만든다. 설경구는 이하늬와 액션 신을 찍기 전 그가 다칠까 봐 걱정했다고 털어놨다.

설경구는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영화 '유령'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 작품은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 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렸다.

설경구는 쥰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쥰지는 명문가 출신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던 엘리트 군인이었으나 조선총독부 통신과 감독관으로 좌천돼 용의자임에도 불구하고 진짜 유령을 찾아 복귀하려는 인물이다.

능숙한 일본어와 화려한 액션

'유령' 속 설경구는 일본어 대사를 능숙하게 소화한다. 그는 '역도산' 때도 자연스럽게 일본어를 사용해 주목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설경구는 일본어 대사가 여전히 어렵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도산' 때 너무 고생해서 그런지 덜 부담스러워진 건 있다"고 했다. 박해수의 일본어 연기를 칭찬하기도 했다. 설경구의 설명에 따르면 박해수가 연기한 카이토는 원래 일본인 배우가 소화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유행 속에서 함께할 수 없게 됐고 박해수가 이 캐릭터를 맡았다. "2주 동안 연습해 일본어 대사를 소화하는 게 무리라고 생각했는데 (박해수가) 해내더라"는 설경구의 말에서는 동료를 향한 깊은 신뢰가 묻어났다.

이하늬와는 화려한 액션 신을 완성했다. 촬영을 앞두고 설경구는 고민을 갖게 됐다. "난 액션을 못 한다. 힘으로 하다 보니 잘못 터치해서 이하늬 배우가 다칠까 봐 걱정했다. 내가 통뼈라 맵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게 설경구의 설명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걱정은 사라졌다. 설경구는 "이하늬 배우는 유쾌하다. 날 편안하게 해준다. 할 일을 했을 뿐인데도 상대가 힘들어하고 인상 쓰면 미안해지지 않나. 이하늬 배우는 전혀 그런 부담을 안 줬다"고 전했다.

이해영 감독과의 호흡

'유령'으로 호흡을 맞춘 이해영은 섬세한 감독이었다. 설경구는 이 감독에 대해 "중심점을 정확히 두시는 분이다. 좌우대칭도, 위아래 대칭도 똑같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자를 쓰면 '좌측에 모자챙 2mm만 내려'라고 한다. 정확한 분이다"라고 했다. 꼼꼼한 이 감독의 지휘 속에서 배우들은 작품을 만들어나갔다. 극은 추리물을 닮은 부분과 액션물을 닮은 지점이 있는데 이 감독의 고민이 담겨 있는 듯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설경구는 쥰지의 외적인 면과 관련해서도 노력을 기울였다. 설경구는 쥰지의 군인다운 모습을 그려내기 위해 애썼다. "감독님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얼굴에 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그의 말에서는 완벽한 작품을 위해 노력하는 배우들과 이 감독의 깊은 고민이 묻어났다. 설경구는 "제복이 도움을 주는 부분도 있었다. 군복 각이 살아 있더라"고 이야기했다.

설경구가 '유령'에 끌린 이유

설경구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유령'에 끌렸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배우들이 그렇겠지만 나도 이전의 모습을 반복해 보여주는 걸 싫어한다. 그런데 내가 연기한다는 점은 똑같으니 어쩔 수 없이 비슷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시대, 착장이 바뀌면 도움을 받지 않을까 싶었다"고 했다. 항일투쟁을 장르물의 느낌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더욱 끌렸다고도 밝혔다. 2021년 개봉했던 '자산어보'도 사극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마음에 출연을 결정한 작품이었단다.

'유령' 속 설경구는 실제로 이전 작품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쥰지가 어떤 인물인지 쉽게 예측할 수 없도록 만드는 설경구의 열연은 그의 내공을 짐작게 한다. "팬들의 응원에 힘을 받는다"는 설경구가 자신을 응원하는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한편 '유령'은 오는 18일 개봉한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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