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정부의 제10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이 발표되자 환경단체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신재생에너지 목표치를 이전 정부안보다 줄인 건 세계적 추세와 거꾸로 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율은 높여 전기료 인상도 잡지 못할 거란 지적이다. 반면 산업계는 현실을 감안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036년에도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1.3%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10차 전기본의 2036년 신재생에너지 비율 목표는 30.6%다.
이대로라면 2050년 탄소중립은 불가능할 거란 게 환경단체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송용현 사단법인 넥스트 부대표는 "2050년 신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년 10기가와트(GW) 이상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한다"며 "지금부터 송·배전선 계통을 분산 에너지에 맞게 정비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를 낮추는 등 준비가 필요한데 산업부가 제시한 목표가 충분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정부가 원전을 확대하는 이유로 '전기료 인상'을 들었는데 과연 이 판단이 적절하느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에너지전환포럼 관계자는 "10차 전기본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보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낮추면서도 전기료 급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LNG 비중은 높였다"며 "전기요금을 관리하는 측면에서도 적절한 방식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산업계는 원전 비율이 높아진 만큼 전력 발전 단가가 낮아질 거라 다행스럽다는 반응이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재생에너지 비율을 늘리면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이나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로 인한 선진국 무역 장벽을 해결할 수 있겠지만 발전 단가가 높아 제품 경쟁력이 없어질 것"이라며 "우리나라 상황을 감안하면 현재 목표도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른 전기료 상승, 산업계 영향 등을 정부가 솔직하게 공개하고 여론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 교수는 "RE100에 가입한 국내 기업 전체가 필요한 신재생에너지 규모가 53kW인데 올해 국내 생산 규모가 그 정도라 현재는 부족하지 않다"며 "앞으로 가입할 기업들의 수요가 반영돼 있지 않은데 그 부분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 가정용 전기료는 메가와트시(㎿h)당 108.4달러로 독일(380달러)의 4분의 1 수준"이라며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나면 전기료가 폭등하는데 이 변화를 감수하면서도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일지 원자력 비중을 늘리고 수출 타격을 감수할지 여론을 모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