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새해 주요 국정과제로 꼽은 '유보통합(유아교육·보육 통합)'의 조기 성과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문민정부(김영삼 정부) 때부터 추진한 보육·교육계의 오랜 과제이지만, 이해관계자 간 갈등에 막혀 번번이 좌초했다. 정부가 어느 때보다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만큼, 30년이 걸린 유보통합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2일 서울 중구 만리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 학부모, 보육전문가와 유보통합 관련 간담회를 열었다. 앞서 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새해 업무계획을 보고한 뒤 마련한 첫 의견 청취 자리다.
이날 현장에선 급식비나 학비 등 영유아에 대한 지원 격차가 큰 점이 유보통합을 가로막고 있다며 조속한 개선을 바라는 의견이 많았다. 조 장관은 "관계부처가 협력해 현재 서로 상이한 기준을 정비하고 형평성을 높이겠다"며 "아이를 중심에 둬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고, 과거 통합 노력을 거울로 삼아 실질적인 보육·교육 서비스 개선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후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을 만나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조 장관이 임 교육감을 만난 건 전국 어린이집의 30.5%가 경기도에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간담회 이후 "관계부처가 보육 유아교육 관계자와 소통해 조기에 성과를 낼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이 '유보통합'에 적극적인 건 올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당부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사람을 돌본다는 건 결국 사람을 가르치는 개념이라 돌봄이 교육 체계에 편입될 때가 왔다"고 강조한 바 있다.
유보통합은 보육·교육계의 숙원이다. 1997년 김영삼 정부 때부터 논의를 시작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시설 기준, 교사 자격 및 처우, 각종 지원 비용 등 세부 관리 방침이 모두 달라 난항을 겪었다.
소관 부처가 다른 것도 큰 걸림돌이다. 만 0~5세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복지부 관할이지만, 만 3~5세가 다니는 유치원은 학교로 분류되는 탓에 교육부·시도교육청이 맡는다. 두 부처는 윤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물밑 작업을 벌였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지지부진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이 '속도감 있는 추진'을 강조하며 직접 나선 것이다. 유보통합은 정부가 꼽은 3대 개혁 과제(노동·교육·연금개혁) 중 하나인 교육개혁에 속한다.
정부는 2025년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분리된 유아 관련 기관을 하나로 합치고, 복지부와 교육부로 이원화된 소관 부처를 시도교육청으로 일원화할 방침이다. 상반기 안에 이를 담은 '관리체계 통합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며, 이달 중 '영유아 교육·보육 통합 추진위원회 및 추진단'을 구성할 예정이다. 추진단은 교육부 내에 설치하고, 추진위원장은 교육부 장관이, 실무 작업을 총괄할 추진단장은 복지부가 맡는다.
그러나 이 같은 '속전속결' 처리 방침을 두고 시작부터 '졸속 추진'이란 비판도 제기됐다. 교원단체들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어 "추진단 구성을 위한 행정예고 기간이 6일밖에 되지 않았다"며 "겨울방학에 행정예고를 한 건 사실상 현장의 의견을 듣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