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추락이 올해도 가파를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 여파에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지난해보다 많은 18만 가구로 추산돼서다. 입주가 몰린 인천은 전용면적 77㎡ 신축 아파트 전세가 1억 원에 나오는 등 이변도 속출하고 있다.
1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1년 전보다 11.8% 하락했다.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맷값 하락률(-9.16%)을 웃돈다. 금리 인상에 따라 전세 수요는 줄었는데, 매매시장 침체로 집을 내놓은 집주인들이 대거 전·월세로 눈을 돌리면서 시장에 전세 물량이 쌓인 여파다.
올해는 공급 요인이 추가될 전망이다. 바로 '새 아파트'다. 올해 서울·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은 18만2,521가구(부동산인포 집계)로 지난해(17만4,203가구)보다 4.8% 많다. 서울 2만5,700가구, 경기 11만1,579가구, 인천 4만5,242가구다. 1년 전보다 각각 10.7%, 0.8%, 12.3% 늘어난 수치다.
이는 상당한 물량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에도 새 아파트 입주가 몰린 지역에선 어김없이 물량난이 빚어졌다. 입주기간 안에 잔금을 치르려는 집주인들이 앞다퉈 전셋값을 내리면서 새 아파트 전셋값이 인근 오래된 아파트 전셋값을 밑도는 현상이 심심찮게 벌어졌다. 서울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지난해 입주물량이 1년 전보다 배 이상 달했던 인천은 지금도 물량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입주한 인천 서구의 검단신도시2차디에트르더힐 아파트는 최근 방 3개짜리 전용면적 77㎡ 전세가 1억 원에 나왔다. 입주 당시 최고 3억6,000만 원에 전세가 나갔던 아파트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요즘은 물량이 넘쳐 융자 끼어 있는 전세는 세입자를 못 구해 파격적으로 낮춘 것"이라고 했다. 인천에선 세입자를 못 구한 집주인이 넘쳐나자, 입주기간을 한 달씩 연장하는 신축 아파트가 잇따르고 있다. 이처럼 여전히 전세물량이 넘쳐나는데, 올해 인천 서구에서만 1만7,467가구가 집들이 대상이다. 시장은 '입주 폭탄'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 입주물량의 24%(6,371가구)는 강남구에 쏟아진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강남 지역은 집값 하락과 맞물려 전셋값도 큰 폭으로 떨어지는 추세인데, 새 아파트 입주까지 몰려 전셋값을 더 끌어내릴 가능성이 크다.
이미 전세 시세가 2020년 7월 31일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 전으로 돌아간 단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파크리오 전용 59㎡는 2년 전만 해도 전세 실거래 가격이 8억~9억 원에 달했지만, 최근 6억 원대 매물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이는 2020년 7월 평균 전셋값(7억 원)보다 낮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입주물량이 줄어드는 내년 상반기까진 전셋값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