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라는 게 어느 정도 수준이 돼야 할 수 있는데 아직 그 수준에 못 미쳤기 때문에 평가하긴 어렵고···."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윤석열 정부의 공식 행사 및 일정에 철학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탁 전 비서관은 지난 11일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대통령의 공개 일정은 대통령의 철학으로 형식과 내용에 다 신경을 써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어 최근 경색되는 남북 관계 등 안보 상황에 대해 "지금 같은 위기에서 어떤 태도로 국민들을, 이 대한민국을 이끌어가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해봐야 할 것 같다"며 문재인 정부는 국군의 날 행사 등 각종 군 행사 진행 시 철학을 담으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행사를 기획할 때 국방부와 함께 되게 깊이 여러 가지를 논의했다"며 "(하다못해) 격파 시범 등 불필요한 것은 단계별로 줄이거나 다른 방향으로 했다"고 회고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일정을 두고는 "시장을, 주로 대구 서문시장을 가시더라"며 "특정 한군데만 가는 것은 상당히 편파적으로 보일 수 있고 실제로도 편파적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예를 들어 올해는 대구에 갔으면 내년에는 광주에 가는 게 상식적인 기획의 어떤 카테고리"라며 "그런 모습이 안 보인다"고 했다. 또 "시장에 가면 뭘 할 거냐(가 중요한데) 가장 많이 하는 정말 지긋지긋한 모습이 어묵, 떡볶이, 떡 사 먹고 따봉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시장 방문은 달랐다고 주장했다. 탁 전 비서관은 "저희는 명절 제수용품 예상 비용 등이 나오면 실제 그 돈을 대통령 혹은 여사님께 드려 두 분이 돈이 모자라면 좀 깎기도 하는 과정을 국민들께 보여줬다"며 "그런 디테일들을 보여줘야 시장 방문의 의미가 살고 왜 전통시장에 국민들이 가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도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문 전 대통령이 되게 과묵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원래 품성도 과묵하겠지만 대통령은 가볍게 말을 할 수가 없는 자리더라"라며 "그냥 생각 없이 했다면 그거는 그 순간부터 대통령의 언어와 행동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향해서는 "(일정이) 철학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전통시장보다는 서문시장을 더 챙겨야겠다라고 생각한 것만은 사실일 것"이라며 "그분들이 어떤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는데 잘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앞서 김건희 여사는 설 명절을 앞둔 11일 보수 텃밭인 대구를 찾았다. 오전엔 대구 성서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아 자원봉사자들과 어르신 120여 명의 식사를 배식했다. 오후엔 서문시장 등을 둘러봤다. 김 여사는 온누리상품권과 현금을 직접 쓰며 물품을 구매했다. 여권에서는 "보수의 심장인 대구, 그중 서문시장을 찾아 정치 보폭을 한정하지 않겠다는 취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탁 전 비서관은 기자회견과 도어스테핑도 꼬집었다. 그는 "저희는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때 100명 이상의 기자들에게 무작위로 질문을 현장에서 라이브로 받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올해 윤 대통령이 신년에 기자회견 대신 한 매체 인터뷰에 응한 것을 두고 "특정 언론사 한 군데와 조율했으니 얼마나 편하겠냐"며 "그런 기자회견이라면 365번도 한다"고 날을 세웠다.
도어스테핑을 두고는 "(윤 대통령의) 리스크를 극대화하는 프로그램이었고 의미를 잔뜩 부여하는 바람에 이도 저도 못 하게 됐던 것"이었다며 "결국 취소를 하게 된 게 윤석열 정부 입장에서는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신선한 이벤트로 주목을 받았지만 지난해 11월 잠정 중단됐다. 당시 대통령실은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 마련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불미스러운 사태'란 도어스테핑 말미에 MBC 기자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목소리를 높여가며 언쟁한 일을 말한다.
한편 탁 전 비서관은 단행본 '미스터 프레지던트' 출간을 앞두고 있다. 그는 "행사의 과정, 배경 등 작은 이야기를 담은 것"이라며 "(문 전 대통령이) 대통령은 항상 결론, 결과로만 기억되더라며 과정을 좀 써줬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시더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