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금전 거래를 했던 언론사 간부들에 대해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이들의 형사처벌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경우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겨레 편집국 전 간부 A씨는 2019~2020년 김씨에게 수차례에 걸쳐 9억 원을 받았다. A씨는 "(아파트) 청약을 고민하던 차에 김씨로부터 2019년 5월 3억 원(선이자 1,000만 원을 뺀 2억9,000만 원)을 비롯해 9억 원을 모두 수표로 빌렸으며, 2021년 8월 2억 원을 갚았다"고 한겨레에 소명했다. 다만, 차용증은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A씨에 대해선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높다고 지적한다. 원금 상환만기와 약정된 이자율, 실제 이자 지급 여부가 확인되지 않으면 정상적인 사인 간 거래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청탁금지법은 언론인이 직무 관련 여부와 상관없이 동일인에게 1회 100만 원 또는 회계연도에 300만 원 초과 금품을 받는 것을 금지한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돈을 빌린 사람의 소득이나 신용 수준에서 빌리기 힘든 고액을 받은 것이라면 통상의 금전 거래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뉴스룸국 간부 B씨는 2020년 5월 김씨에게 1억 원을 빌렸다. B씨는 "주택 매입 자금이 부족해 연 2% 이자에 2023년 5월 말 원금을 변제한다는 차용증을 썼다. 지난해 10월 이자 200만 원도 냈고, 원금은 지난달 상환했다"고 한국일보에 소명했다. 다만, 차용증을 작성했더라도 통상의 이자율로 이자가 제때 지급됐는지 여부가 확인돼야 청탁금지법상 예외 규정(8조 3항 3호)인 '사적 거래'로 볼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중앙일보 전 간부 C씨는 2020년 6월 자신의 계좌로 김씨에게 1억 원을 받았다. C씨는 2018년 김씨에게 8,000만 원을 빌려주고 이자를 포함해 이듬해 9,000만 원을 받기도 했다. 그는 김씨와의 1억 원 거래와 관련해 차용증을 작성했는지 여부에 대해 "지금은 드릴 말씀이 없다"고 문자메시지로 답했다.
'정영학 녹취록'에 김씨의 '기자 관리' 정황이 나오는 만큼, 일각에선 배임수재 적용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씨가 자신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특정 사안에 대해 보도와 논평 수위를 조절하거나 보도를 막아달라는 청탁을 하면서 돈을 건넸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2020년 3월 13일 정영학 녹취록에서 "대한민국에 이런 큰 사업하며 언론에 한번 안 두드려 맞는 것 봤냐"며 "김만배 방패는 튼튼해. (내) 별명이 '김 이지스(그리스 신화 속 제우스의 방패)'"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안에선 배임수재 혐의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서울중앙지법 한 부장판사는 "김만배씨가 부정한 청탁을 했다면 청탁 내용이 구체적으로 확인돼야 하고, 금전 거래한 기자들의 특정 행위가 대가관계로 인한 것인지 파악돼야 배임수재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의혹이 제기된 인물과 돈거래를 했다는 이유만으론 법적으로 문제 삼기 어렵다는 뜻이다.
검찰은 2017년 홍보대행사 대표였던 박수환씨로부터 자신의 고객에게 유리한 사설과 칼럼을 게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로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을 기소했지만, 부정한 청탁과 금품수수 사이의 대가성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