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뮐러 신임 전력강화위원장 "차기 대표팀 감독 백지 상태에서 검토"

입력
2023.01.1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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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취임 기자회견서 기준·절차 공개
전임 위원장 추천후보와 별개로 검토
"국제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외국인 감독 고려 시사

마이클 뮐러(58·독일)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차기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뮐러 위원장은 11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대표팀 사령탑 선임 기준과 절차를 공개했다. 그는 우선 “(이용수) 전 위원장으로부터 후보 리스트를 받았지만, 현재는 백지상태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감독 선임을) 검토하고 있다”며 “개인적인 네트워크까지 동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제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여 사실상 외국인 감독을 차기 사령탑 후보로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감독 선임의 명확한 기준도 제시했다. 그는 “전문성, 경험, 확실한 동기부여, 팀워크 능력, 환경적 요건 등 5가지 기준을 정했다”며 “환경적 요인이란 협회와 감독의 조건이 서로 얼마나 잘 맞는지, 한국 생활이 가능한지 여부 등 축구 외적인 요소”라고 설명했다.

뮐러 위원장은 “기준에 부합한 후보들의 리스트를 만들고 인터뷰를 진행한 후 평가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리스트를 추린 후 협회에 보고하고, 마지막으로 직접 당사자를 만나 협상과 계약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라고 대략적인 선임 절차를 설명했다.

그는 특히 후보 리스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한국 축구의 철학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도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뮐러 위원장은 “한국이 뭘 원하고 어떻게 해왔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4년간 한국 축구가 견지해온 철학과 연계되는 지도자를 선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계약 기간에 관해서는 향후 협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확답을 피했지만, 장기계약을 통해 성공적인 관계를 맺는 것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뮐러 위원장은 감독 선임 절차에 선수들의 의견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 역할은 커뮤니케이터”라며 “선수들뿐만 아니라 스태프들과도 충분히 소통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뮐러 위원장이 감독 선임 절차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검토함에 따라 향후 일정도 변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애초 협회는 다음 달 말까지 차기 대표팀 감독을 선임해 3월 A매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뮐러 위원장은 한국어로 ‘빨리빨리’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축구 비즈니스에서는 특정 날짜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속도보다는 맞는 방향으로 가는 게 중요하다”며 “빨리빨리보다는 절차에 따라 확실한 감독이 선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에 오기 전 연령별 대표팀 코치, 스카우터 등을 역임한 뮐러 위원장은 2018년 4월 협회 지도자 교육 강사로 부임하며 한국 축구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한국 축구의 중장기 정책을 수립하는 기술발전위원장을 두 차례 지냈고, 초등부 8대 8 경기 도입 등으로 축구 관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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