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설이 나왔던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에도 자리를 지킨다. 지난해 연임이 결정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의 '미국 경제 투톱 체제'가 계속되는 것이다. 화려한 경력을 갖춘 옐런 장관은 기대감 속에 취임했지만, '인플레이션 대응 실패'라는 치명적 오점을 남겼다. 바이든 정부의 남은 임기 2년간 명예회복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은 옐런 장관이 행정부의 경제 수장 역할을 계속 맡아달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을 수락했다고 보도했다. 옐런 장관은 지난해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치로 상승하던 당시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 것"이라며 정부의 돈 풀기 정책을 밀어붙이다가 책임론에 휩싸였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미국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바이든 정부의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으로 본다. 연준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온 '30년 지기' 파월 의장도 같은 의견을 내면서 발을 맞췄다가 나란히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옐런 장관의 유임 배경을 두 가지로 짚었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다소 완화되는 흐름이라는 것과 민주당이 지난해 11·8중간선거에서 참패를 피하면서 바이든 경제팀에 대한 교체 압박이 줄었다는 것이다. 76세인 옐런 장관은 자리에서 물러나 가족과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입법 관철 등 성과에 대한 보람이 심경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옐런 장관은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에서도 신뢰를 받는다. 경제 침체 위협 앞에서 위기를 정치적으로 해결할 적임자라는 평가가 많다. 빌 클린턴 행정부 출신인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전 세계의 정치, 경제가 불안정한 시점에 옐런 장관의 잔류로 미국 재무부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눈앞의 과제는 의회 설득이다. 의회가 올해 상반기에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안을 처리해야 채무 불이행(디폴트) 등 파국을 막을 수 있지만, 공화당 강경파가 반대하고 있다.
더 중대한 과제는 경기 침체 없는 물가 안정이라는 '연착륙'이다. 세계은행은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이전 전망치보다 1.9%포인트 낮은 0.5%로 전망했다. 물가를 잡으려 긴축 정책을 펼친 것이 금융 환경을 악화시켰다고 세계은행은 설명했지만, 파월 의장이 이끄는 연준은 물가 상승률을 2%로 낮추겠다는 목표 아래 긴축적인 통화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스웨덴 중앙은행 주최 심포지엄에서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뜻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