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를 놓고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시장의 줄다리기가 연초부터 팽팽하다. 연준은 "연내 금리 인하는 없다"고 단언하지만, 시장은 "못 믿겠다"며 금리 인하에 베팅 중이다.
10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스웨덴 중앙은행 릭스방크가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높은 상황에서 물가 안정성을 회복하려면 경제를 둔화시키는 금리 상승과 같은 인기 없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금리 정책에 관한 직접적 언급은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쏟아지는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처럼 시장의 정책 전환(pivot·피봇) 기대에 동조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전날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와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기준금리가 5% 이상 오를 것이고 오래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월의 연설이 있던 날엔 미셸 보우만 연준 이사가 "인플레이션 지표들이 하락세지만 우리는 해야 할 일이 많다"고 힘을 보탰다.
연준은 지난해 연말부터 시장의 피봇 기대를 눌러왔다. 40년 만에 최악의 물가를 잡기 위해 인위적으로 경기를 죽이고 있는데, 섣부른 기대감이 경기를 되살릴까 경계하기 때문이다. 목표에 비해 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높다는 게 연준의 판단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은 7.1%였다.
작심 발언에도 시장은 꼼짝도 않는 눈치다. 오히려 ①6일 미국 고용지표 발표 이후 물가 하락은 물론 경기 연착륙까지 바라보고 있다. 신규 일자리는 예상보다 늘었지만 임금 상승률(전년 대비 4.6%)이 시장 전망치(5%)를 크게 밑돌자, 일부는 경기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 상태인 '골디락스' 가능성을 언급한다.
반대로 ②경기침체 때문에 더 이상의 강도 높은 긴축은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때마침 세계은행은 이날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6개월 만에 3%에서 1.3%로, 미국은 2.4%에서 0.5%로 대폭 낮췄다.
이날 미국 선물시장에 반영된 기준금리 전망은 '2, 3월 0.25%포인트씩 인상→11월 0.25%포인트 인하'다. 시장은 최종 금리를 4.75~5%로 예상한다는 의미다. 연준과 시장 간 기싸움의 1차 승부처는 12월 CPI 발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망은 6.5%로, 1년 만에 6%대 진입을 점치고 있다.
13일 열리는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미 금리 차가 이미 1.25%포인트 벌어졌고, 향후 몇 달간은 미국이 소폭이나마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데엔 시장의 견해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날 금융투자협회도 "채권시장 참여자의 67%가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한다"는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