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쪽 난 정치, 무너진 경제'...재집권 룰라 폭동에 '한숨'

입력
2023.01.10 22:00
폭동 수습 나선 룰라 대통령... 1500명 체포
쪼개진 국가...정치 불안에 경제도 위기
재정 위기에 "해외 투자자 발 뺄라" 우려도

브라질 '룰라 3기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대형 암초를 만나게 됐다. 대선 결과에 불복한 대규모 폭력 시위로 안 그래도 불안한 브라질 정치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어서다. 룰라 정부의 국정 과제인 브라질 경제 재건 역시 정치 불안정으로 당장 신경 쓸 여유가 없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폭동 불씨는 계속... 룰라 "테러 책임 물을 것"

9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폭동이 군 병력까지 투입되며 가까스로 진압됐지만, 이로 인한 대내외 불안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브라질 일부 지역에서는 크고 작은 시위가 계속되는 등 폭력의 불씨도 아직 꺼지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극도의 정치적 분열 속에서 탄생한 룰라 정부로선 가시밭길이 불가피해졌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브라질 의회와 사법부 등 3부 기관 수장들과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전날 발생한 테러와 쿠데타 등 범죄 행위자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고 규탄했다. 브라질 수사당국은 전날 폭력 시위를 벌인 1,500여 명을 구금했다.

당선 직후 "두 개의 브라질은 없다"며 통합을 강조해 온 그가 시작부터 두 쪽 난 국가를 이끌어야 하는 위기에 직면했다는 게 외신들의 평가다. 가디언은 "룰라 대통령은 위험할 정도로 쪼개진 국가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상당한 정치적 능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경제난도 발목... 전문가 "사회복지 확충 불가능"

정치적 혼란을 틈타 경제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브라질 경제를 떠받쳐 온 농산물과 철강 등 주요 원자재 수출은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휘청대고 있다. 6%대를 넘나드는 고물가에 브라질 기준금리는 연 14%까지 치솟은 상태다. 룰라 대통령이 앞서 1·2기 집권(2003~2010년) 당시 수출 호황을 등에 업고 중남미 최대 경제 대국을 이끌었던 때와는 대내외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다.

정부 부채로 인한 재정 악화도 룰라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다. 모니카 드 볼레 피터슨 국제경제정책연구소 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에 "사회복지 확충이나 최저임금 인상 등 대중이 룰라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것들이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며 "정부의 재정위기를 우려하는 투자자들의 반발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룰라는 이번 대선에서 사회복지 강화 등의 공약을 앞세웠다.

이번 폭동 사태가 가뜩이나 위축된 글로벌 투자심리를 짓누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투자사 에버리의 메튜 리안 수석 연구원은 "최근 브라질 시장에 진입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본을 거두어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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