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크라 지원에 한국 역할 해달라"... '가치 중심' 공급망 구축 속도

입력
2023.01.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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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훈 2차관, 페르난데즈 美 경제차관 회담
美 "IRA 관련 한국의 우려 진지하게 받아들여"
우크라 지원 논의…인권 실현 위한 협력 지속
전문가 "한국과 공급망 개편 협의 과제 남아"

한국과 미국이 '가치 중심적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냈다. 자유·민주·인권 등 양국이 공유하는 가치에 기반해 경제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한국의 우려에 적극 호응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기여 필요성을 강조하며 러시아 견제 강도를 높였다.


한미 "올해 경제안보 협력의 이정표…IRA 관련 협의 계속"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은 방한한 호세 페르난데즈 미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 담당 차관과 10일 만났다. 지난해 12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 후속으로, 올해 양국의 첫 경제분야 고위급회담이다.

양측은 △IRA 세부 규정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 강화 △핵심 광물 공급 협력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페르난데즈 차관은 기자회견에서 "IRA에 대한 한국의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법안 집행과정에서 한국을 비롯한 동맹의 우려에 대해 계속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이 차관은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를 완화하고 호혜적 공급망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공동노력을 계속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미 의회를 통과한 IRA에 따라 한국산 전기차는 최대 7,500달러(약 1,000만 원)의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美,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한국 역할 강조…"협의할 과제 산적"

페르난데즈 차관은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역할을 당부했다. 그는 "러시아가 민간 시설에 가혹한 공격을 가하면서 전력난으로 절박한 상황에 놓인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과 계속 협력해나갈 것"이라며 "중대한 전환점에 직면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멈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최근 '인권' 중심적 공급망 개편을 강조하며 러시아는 물론 중국에 대한 견제 필요성을 강조해왔다.(본보 1월 10일자 1면) 복수의 한미 외교소식통은 "여러 채널을 통해 인권 중심적 공급망 개편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미국은 최근 한국의 적극적인 이행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담 결과와 관련,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미레야 솔리스 동아시아정책연구센터장은 한국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은 회복력 있는 공급망 개편을 위한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라면서 "그러나 협의해야 할 문제들이 놓여있다(loom ahead)"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 중국 등에서 첨단 제조산업을 분리하는 것(sort out)은 중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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