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머무르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을 브라질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브라질 의회와 대법원, 대통령궁을 습격한 만큼 그 역시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호아킨 카스트로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은 9일(현지시간)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보우소나루는 플로리다에 있어선 안 된다"며 "미국은 브라질의 테러를 부추긴 독재자의 도피처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대선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현 대통령에 패배, 미국으로 떠나 플로리다에 머물고 있다. 그는 대선 과정에 전자투표 시스템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고, 대선 이후에도 낙선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날 의회 난입 사건에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평화로운 집회는 민주주의의 일부지만 공공건물 침입은 규칙에 어긋나는 것"이라면서 선을 그었다. 그러나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해 온 그가 추궁을 피할 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미국 하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벌였던 '1·6 폭동' 후 특별위원회를 열고 트럼프의 책임을 물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도 트위터에서 "미 국회의사당이 파시스트의 공격을 받은 지 약 2년이 지난 지금 브라질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라면서 "미국은 피난처 제공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비자 취소까지 거론했다. 존 필리 전 파나마 주재 미국 대사는 "미국을 비롯한 모든 주권 국가는 합법적으로 입국한 외국인이라도 해도 추방할 수 있다"며 "이는 해당 국가의 주권적 결정에 달려 있으며 법적 근거를 따로 제시할 필요가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현직 국가원수에게 부여되는 A-1 비자로 미국에 입국했다고 알려졌다. 해당 비자는 국가 원수직에서 퇴임하면 정지된다. 미국 국무부는 비자 기록이 기밀 사항이라며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비자 발급 등에 대한 언급을 삼갔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자국에서 부패와 코로나19 팬데믹 부실 대처 등에 대한 수사 요구를 받는 만큼 체포영장을 발부, 브라질로 송환하는 방법도 존재한다. 이는 불가능하지는 않으나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