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헤어질 결심’은 ‘기생충’의 길을 걷게 될까.
‘헤어질 결심’의 오스카 수상 여부를 내다볼 수 있는 결과가 10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 힐튼 호텔에서 나온다. 제80회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을 통해서다. ‘헤어질 결심’이 비영어 작품상(옛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면 오스카 가는 길이 더 넓고 평평해질 전망이다. ‘기생충’은 2020년 골든글로브상 외국어 영화상을 한국 영화 최초로 수상하며 미국 아카데미 4관왕(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길을 밝혔다.
‘헤어질 결심’은 독일 영화 ‘서부전선 이상 없다’, 아르헨티나 영화 ‘아르헨티나, 1985’, 벨기에 영화 ‘클로즈’, 인도 영화 ‘RRR’와 비영어 작품상 트로피를 높고 겨룬다.
‘헤어질 결심’은 ‘기생충’보다 치열한 싸움을 벌일 듯하다. ‘기생충’은 골든글로브상 감독상과 각본상 후보에까지 오르며 외국어 영화상 수상작으로 일찌감치 점쳐졌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라는 후광이 강하기도 했다.
‘서부전선 이상 없다’가 ‘헤어질 결심’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힌다.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아카데미 주요 부문 후보로 꼽힐 정도로 눈길을 모으고 있다. 미국 연예전문지 할리우드리포터의 시상식 담당 수석에디터 스콧 페인버그가 지난 5일 낸 예측 기사에 따르면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오스카 작품상과 각색상, 국제장편영화상(옛 외국어 영화상) 후보 선정이 유력하다. 독일 작가 에리히 레마르크(1898~1970)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반전 영화다. 페인버그는 ‘헤어질 결심’을 국제장편영화상 최종 후보 중 하나로만 꼽았다.
인도 독립 투사들의 영웅담을 그린 ‘RRR’ 역시 난적이다. 미국 연예전문지 버라이어티는 지난 2일 ‘2023 영화상 중간 리포트’에서 영화평론가 32명 투표를 통해 국제장편영화상 1위로 ‘RRR’(9표)를 선정했다. ‘헤어질 결심’(7표)은 2위를 차지했다.
‘서부전선 이상 없다’와 ‘RRR’가 강자라고 하나 ‘헤어질 결심’의 수상 가능성이 높기도 하다. ‘올드보이’(2003)와 ‘아가씨’(2016) 등으로 세계 영화계에서 인지도 높은 박찬욱 감독의 신작인 데다 지난해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이라는 후광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김효정(한양대 미래융합학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는 “‘서부전선 이상 없다’와 ‘헤어질 결심’ 중 한 편이 수상할 가능성이 크다”며 “칸영화제 수상 등을 통해 인지도가 있는 ‘헤어질 결심’이 더 수상권에 가깝다고 본다”고 밝혔다.
골든글로브상은 2021년 다양성 부족, 회계 불투명성 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며 권위가 급격히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미국 지상파 방송 NBC가 중계를 거부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오스카 전초전’이라는 의미가 퇴색한 지도 오래다. 지난 10년간 비영어 작품상과 국제장편영화상 수상 결과만 봐도 수상작이 일치한 경우는 6번뿐이었다.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RA) 회원(96명) 투표로 수상자(작)를 선정하는 방식이 AMPAS 소속 영화인 9,921명(2020년 기준)이 참여하는 오스카와 크게 다르다.
하지만 골든글로브상의 의미를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 ‘헤어질 결심’이 수상하면 박찬욱 감독이 (오스카 감독상을 수상한 멕시코의)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알폰소 쿠아론 감독처럼 세계적 작가로 공고히 올라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