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인천 강화군 서쪽 해역에서 난 규모 3.7 지진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한반도 지하에 쌓인 응력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진이 시작된 지점이 지하 19㎞로 상당히 깊다는 점이 이 같은 추정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동일본 대지진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동일본 대지진 이후 과거 지진이 빈발하지 않았던 깊이나 지역에서 잇따라 지진이 일어나며 한반도 지하의 응력이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면서 “지난해 충북 괴산에 이어 이번 강화 지진도 이와 관련된 현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 연구에 따르면 과거 한반도 지진은 대부분 지하 12㎞ 이내에서 발생했다. 동일본 대지진 직전 10여 년(2000년 3월 11일~2011년 3월 10일) 사이에도 규모 2.5 이상 지진 중 발생 깊이(진원)가 12㎞보다 깊었던 건 22%에 그쳤다. 그런데 동일본 대지진 이후 10여 년(2011년 3월 11일~2022년 3월 11일) 동안엔 이 비율이 66.3%로 크게 높아졌다. 지진이 시작되는 위치가 눈에 띄게 깊어진 것이다. 지난해 10월 괴산 지진도 땅속 11~14㎞에서 발생했고, 2019년 4월 강원 동해시 북동쪽 54㎞ 해역에서 생긴 규모 4.2 지진의 진원은 지하 32㎞나 됐다. 2016년 9월 경북 경주 지진은 깊이 15㎞에서 시작됐고, 당일 여진들 중엔 진원이 21㎞까지 내려간 경우도 있었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한반도에선 지각이 1~5㎝ 정도 동쪽으로 이동하는 큰 변화가 생겼다. 이 때문에 지하에 쌓였던 응력 분포에 불균형이 생기고 땅이 약해져 지진이 발생하기 쉬운 여건이 조성됐다. 그 결과 “이전보다 지진 발생 지점이 깊어지고, 과거 지진이 없던 곳이나 지진이 빈발하던 곳의 주변부에 지진이 발생하면서 응력이 점차 풀려가고 있다”는 게 홍 교수 분석이다. 경기도와 인접한 서해안 지진은 그간 백령도 해역 등 육지와 멀리 떨어진 바다에서 주로 일어났는데, 이번 강화 지진은 기존 빈발지에서 약간 벗어나 육지 쪽으로 치우쳐 생겼다.
이런 방식으로 응력이 점차 풀려가고 있는 거라면 앞으로 인구 밀집지역과 가까운 곳도 지진에서 예외일 수 없다. 강화 지진은 진앙(진원에서 수직 방향의 지표상 지점)에서 육지까지 거리가 불과 25㎞다. 대다수 전문가들도 한반도 어디든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경고하고 있다. 조창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이번 정도 규모의 지진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진 양상이 달라지면서 명확한 원인 단층이 지표면에서 보이지 않는 경우도 늘고 있다. 경북 포항부터 경주, 속리산, 강원 홍성과 백령도를 잇는 선을 중심으로 과거 강한 지진이 있었기 때문에 그간 단층 연구는 이들 지역에서 많이 이뤄져 왔다.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보이지 않는 깊은 곳에 있는 단층들이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며 “지표에서 측정하기 어려운 지하 단층까지 파악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