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미만 사업장도 근로기준법 단계적 적용...노동계 "구체적 방향부터 내놓아야"

입력
2023.01.09 19:03
고용부, '2023 주요 업무계획' 대통령 보고
'근로기준법 사각지대' 해소 방안 추진

정부가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도 단계적으로 근로기준법 적용을 추진한다. 일괄 적용 시 소규모 사업장의 부담을 고려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같은 인권 보호 제도 우선 도입을 검토 중인데, 구체적인 방안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내 연구회를 구성해 오는 6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노동계는 해묵은 과제 해결을 반기면서도 구체적 방안 마련이 우선이라며 각을 세우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상반기 중 구체화

고용노동부는 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2023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단계적 적용을 포함시켰다. 우선 근로자 인격권 보호를 중심으로 시작해 사업장 부담을 고려하며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2020년 고용부 사업실태 현황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은 115만4,517개로 전체 사업장(186만5,536개)의 61.9%에 달했다. 종사자 수는 283만5,754명으로 전체 근로자(1,718만1,055명)의 16.5%였다.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은 수차례 개정으로 적용 범위가 점점 넓어졌지만 소규모 사업장은 여전히 사각지대다. 1998년부터 5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하되, 4인 이하 사업장에 대해서는 일부 조항만 부분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소규모 영세사업장의 경영난, 감독 행정력 부족 등이 주된 이유였다. 그래서 290만 명에 육박하는 노동자들은 지금도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 있다. 이들은 부당해고와 구제신청, 주 52시간제, 연장·휴일·야간 가산수당, 연차휴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적용 등에서 비켜서 있다.

노동계가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꾸준히 주장하고, 국회에서도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두고 "근로자에게 불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정부에서도 변화가 어려워 보였는데, 정부의 노동개혁안을 연구해 온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최근 정부 권고안에 이 내용을 포함시키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다만 구체적인 방안은 경사노위에 연구회를 구성해 6월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5인 미만 사업장은 최근 코로나19, 최저임금 인상 등의 이유로 모든 규정을 한 번에 적용하기에 수용성이나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면서 "인격권 보호 관련 부분부터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이나 (경사노위 연구회에서) 실천적 안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비용이 들지 않는 조항을 시작으로 차츰 넓혀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노동계, 반기면서도 경계..."의지 있으면 로드맵부터"

노동계는 해묵은 과제의 해결을 반기면서도 경계를 풀지 않고 있다. 이번 업무계획을 통해 노조 회계조사, 노동조합 불법행위 규율 신설과 같은 수위 높은 감시·감독을 예고해서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은) 이전부터 주장해왔던 바라 불만은 없지만 노사관계를 흔드는 수많은 정책을 당근 몇 개로 덮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정책 추진 청사진이 나오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달 중 경사노위 내에 마련될 예정인 연구회는 아직 구성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았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실천 의지가 있다면 구체적인 로드맵부터 내놓는 것이 순서"라고 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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