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이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많은 나뭇가지가 오락가락 흔들리는 “수양버들”에 빗대 비판했다. 친이계(친이명박계)가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것으로 알려진 김기현 의원 밀어주기에 본격 나서면서 나 부위원장 견제에 돌입한 모양새다.
홍 시장은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친이에 붙었다가 잔박에 붙었다가 이제는 또 친윤에 붙으려고 하는 거를 보니 참 딱하다”며 나 부위원장을 직격했다.
그는 "자기 역량으로, 자기 노력으로, 자기 지식으로 국민에 대해 진심(眞心)을 갖고 정치해야 그 정치 생명이 오래간다는 걸 깨달아야 되는데 시류에 따라 흔들리는 수양버들로 국민들을 더 현혹할 수 있겠나"며 "얕은 지식으로 얄팍한 생각으로 이미지만 내세워 그만큼 누렸으면 이제 그만해도 된다"고 나 부위원장을 꼬집었다.
나 부위원장은 전당대회, 당내 경선 등 출마가 너무 잦아 처신이 가볍다는 당내 일각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앞서 그는 수차례 출마해 원내대표를 거쳤으며, 21대 국회의원 낙선 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대표 선거에 잇따라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지난해 10월 장관급 정무직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지 석 달 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것은 지나치게 가벼운 처신이란 지적도 받고 있다.
이어 홍 시장은 나 부위원장에게 ‘수양’을 더하란 취지로 거칠게 몰아붙였다. 그는 “그냥 조용히 침잠(沈潛)의 시간을 가지는 게 좋지 않겠나?”라며 “연탄 만지는 손으로 아무리 자기 얼굴을 닦아도 검정은 더 묻게 된다”고 비판했다.
사실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는 당이 배출한 대통령을 따라가는 측면에서, 나 부위원장과 비슷한 정치행보를 보여왔다. 그럼에도 홍 시장이 유독 나 부위원장의 이런 면을 콕 집어 맹공을 퍼부은 것은 친이계가 김기현 의원 밀어주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친이계이면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도 당대표 불출마를 선언했다.
홍 시장의 이날 비판은 과거지사의 앙금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홍 시장은 이날 “보수의 품격 운운하며 터무니없는 비난을 늘어놓을 때 참 어이가 없었는데, 요즘 하는 거 보니 품격이라는 건 찾아볼 수가 없다”고 나 부위원장을 겨냥했다. 나 부위원장이 지난 2017년 11월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보수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국민을 등 돌리게 하는 막말은 더 이상 인내하기 어렵다”며 당시 홍 대표를 공격한 일을 거론한 것이다.